독
돌고래
‘독’이란 건강이나 생명에 해가 되는 성분이라고 네이버 국어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그런 해가 되는 것을 내 몸속에 평생 지니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는 독사 같은 존재가 되려나? 아니면 제 독에 스스로 못 이겨 죽으려나? 내가 이야기로 풀고자 하는 ‘독’은 마음속에 들어가 채 풀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여진 응어리가 스스로에게 또는 타인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얼마 전까지 내 마음속에 쌓여진 ‘독’은 없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있었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푸는 방법을 찾아 해소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렇게 믿고만 싶었던 것 같다.
나는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을 불편해 하고, 무언가를 잘 표현하지 않는 성향으로 어떠한 상황에 닥쳤을 때는 그간의 경험이나 습득한 지식으로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보다는 사실에 치우쳐 판단을 내린다. 판단은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결과가 펼쳐진다 해도 수용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내안에서 끝나고, 정리된 일들에 대해서는 다시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사실 전에 느꼈던 감정들이 해소되지 않아 그 찌꺼기들이 ‘독’을 만들어 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내 스스로는 불편한 점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다만 상대가 내가 뿜어대는 ‘독’으로 인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내 것을 강요해서 불편을 주는 사람으로는 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독’빼는 작업을 해보기로 했다.
첫째로 생각해보게 된 것은 ‘독’이 된 것은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인 것 같아 쌓이지 않게 표현을 해야 하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내가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 중에 웬만한 것에 대해서는 초연한 편이나 그 중에서 억울할 때가 가장 어려우며, 해소하는데도 시간이 제일 많이 걸린다.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내 생각대로 한 것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는 여행을 가는 것이다. 이전의 나와는 다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도움을 요청하고, 이야기 나누어 볼 수 있는 용기 있는 여행을 해보는 것이다. 목적지를 잘 찾아가고, 혼자서 하는 것에 대해 기쁨을 누렸다면 이제부터는 누군가에게 도움 받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어진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쑥스럽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 지금이라면 실행하는데 딱 적절한 시기일 것이다.
내 안에 있는 ‘독’이라고 생각하기 전에는 ‘나’라는 사람의 한 부분으로만 생각해서 바꾸면 나 자신이 없어지고, 부정당하는 것만 같아서 버티고만 싶었다. 이 모습은 그냥 ‘나’인데 이것을 바꾸라면 도대체 나는 뭐가 되는 걸까? 내가 ‘나’이지 않게 되는 건 아닐까? 등등 무수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배하여 혼란스러웠다. 내가 잘 못 알고 있었던 것은 새로 태어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면 나에게 더 좋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면서 수정 또는 보완할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진 ‘독’을 하나도 완전하게 없애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으로 인해 어느 부분은 부족하고, 한참 모자란 부분도 크게 있지만 이만큼 성장하게 한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빛나는 부분과 더불어 컴컴한 부분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조금씩 천천히 바꾸어 나갈 것이다. 이제는 어둠이 되려 할 때 빨리 알아차려 빛나는 부분으로 바꾸어 줄 수 있을 것이라 내 스스로 믿기 때문에 이 ‘독’은 해독약으로 점차 쓰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