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마음
돌고래
피해자의 원통함을 풀어주고 싶어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는 강력계 형사에게 상사인 반장은 그 강한 마음이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한테 상처를 입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형사는 일을 적당히 하라는 거냐고 바로 응수했더니 반장은 “이것만큼은 잊지마. 빛이 강한 곳에는 반드시 짙은 그림자가 지게 돼있어.”라고 말하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피해자의 원통함을 풀어주고 싶은 형사의 마음도 아니고, 그런 형사를 지켜주고 싶어 하는 반장의 마음도 아니다. 어떤 것을 이루고자 또는 지키기 위해 갖게 되는 강한 마음에 대해서이다. 그 강한 마음은 반장이 말한 대로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을 만큼 파급력이 커질 수 있다. 왜? 그 마음이 집착이나 고집이 되어버리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강한 마음의 빛과 그림자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강한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스스로 겪었던 경험에서부터 비롯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과거의 경험들이 하나하나씩 쌓여 축적된 것들이 나를 만들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나의 삶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무슨 일을 해도, 처음 맞닥뜨리는 상황이 오더라도 내가 가진 나의 경험측으로 유독 판단하고 행동하게 된다. 그게 잘되면 좋은 것이고, 잘못되더라도 스스로 ‘잘못되었다.’라고 인정하지 않는 이상,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나는 나의 판단대로 행동하고 있는 강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곧 신념체계가 되어 절대 불변할 것인 듯 마냥 붙들고 있었다. 이런 나로 인해서 옆의 사람들이 불편해 하거나 속상해 하건 말건 ‘난 내 마음을 고수하겠다!!’라는 것. 내가 경험한 것들이 나의 전부인 줄 알았고, 이것이 없어지면 그동안 내가 쌓아놓은 강한 마음이 잘못된 것이 될까봐 결코 손에서 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이제는 놓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옆에서 아무리 열심히 반장이 형사에게 이야기 한 것처럼 ‘강한 마음이 너에게 절대적으로 이로운 것들이 아니야.’라고 말해도 바뀌지 않았던 것이 아이러니 하게도 내가 반복해서 배웠던 경험들에서 답을 찾게 되었다. 내가 그동안 가진 강한 마음은 ‘예단’이 많았다는 것을... 내 강한 마음들이 ‘예단’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시간은 무척 오래 걸렸지만, 깨닫고 나니 움츠려 있었던 마음이 활짝 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어떠한 상황이 닥치기 전에 미리 버릴 것을 고르고 그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접하면서 버릴 것과 가질 것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음이 생겼다. 강한 마음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속된 말로 ‘눈에 뵈는 게 없다.’가 될 정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거기서 벗어나니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당황스러운 기분도 들었다. 물론 강한 마음을 가진 것은 나쁜 것은 아니다. 미리 좋지 않은 상황들에 놓일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은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좋은 것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만 한다면 보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 구든 어느 한 부분에는 강한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뒤집어보면 그만큼 아팠기에 더는 아프지 않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제 충분하다!!!!! 강한 마음을 가진 만큼, 그만큼 아프지 않을 테니, 이제는 나 자신을 믿고 강한 마음이 햇볕을 너무 받느라 그늘로 밀려나 있던 약한 마음을 꺼내어 이것도 있다는 것을 내보이며 서로 균형을 맞추는 작업을 해보려고 한다. 지금부터 어떻게 맞추어야 될까라는 고민을 시작해야겠다. 그러고 보면 삶은 고민의 연속인 것 같다;; 치열하게 격렬하게 나 자신과 주변에게 저항해서 깨지고, 맞아보면 또 좋은 답이 나올 것임을 알기에 고민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