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카레, 내일 빵』
돌고래
좋아하는 것이 형사 드라마라 매번 그런 내용만 찾아보다 보니 내 마음과 생각이 강파르게 되어지는 것만 같아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게 되었다. 그리하여 찾은 것이 『어젯밤 카레, 내일 빵』 이었다. 제목을 보면 음식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카레가 과거를, 빵이 미래를 상징하며 그 사이에 매일 매일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혼 2년 만에 남편을 잃은 여성이 시부라 부르는 시아버지와 7년을 함께 살며 그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이들은 남편이자 아들을 잃었고, 웃지 못하는 증세로 퇴직한 전직 승무원, 오토바이 사고로 무릎을 꿇지 못하게 되어 출가를 못하게 된 스님, 자기를 차버린 애인이 죽었다고 거짓말하는 등산녀 등 저마다의 ‘상실’을 안고 살아가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면서 그것을 각자의 것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상실’이란 단어는 나에게 무엇을 잃거나 없어진다는 의미로 다가와 말만 들어도 외면하고 싶어진다. 사람에게 무엇을 잃거나 없어지는 것은 굉장한 상처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는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왔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잃고, 없어지는 것이 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라지게 될까봐 그것에 매달려 정작 중요한 것들을 많이 놓쳤다. 그럴 때마다 나는 누군가와 함께 하며 그러한 상황들을 나누지 않고, 오로지 나 혼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기 때문에 쉬운 방법을 놔두고 멀리 돌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상담을 하면서도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의아한데다가 또한 해결방법을 함께 생각 한다 해도 결국은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마음속의 정답대로 행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내가 도와줄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때마다 나는 오죽하면 상담소까지 전화했을까 라는 생각만으로 상담원으로써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도 최선을 하기로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상담원인 나에게 바란 것은 문제해결 방법을 함께 고민해주는 것이 아닌, ‘상실’을 느낀 그 마음을 풀어서 내어놓게 해주기를 바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마음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과 그런 마음이 들어 힘들다는 것을 똑같은 사람인 나에게 이야기함으로써 사람이 사람에게 받을 수 있는 작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통해 위안 받고 살아보기 위해 더 노력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내가 경험하지 못했다고 상대에게 해줄 수 없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한 것이 창피하지만, 지금이라도 사람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들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이 드라마 대사 중에 ‘슬픔은 사라지지 않지만, 행복했던 기억도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무언가를 잃거나 없어져 버린 슬픔에 갇혀 있을 때,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과거의 이야기를 함께 정리하고, 미래의 그림을 그려보도록 생각하게 하며, 지금을 바로 보게 돕는다면 그 사람이 느꼈을 ‘상실’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빠져나올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상실’로 인한 슬픔이 아닌, ‘상실’로 인한 또 다른 행복을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더욱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