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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그라미]비빌 언덕.

작성자mumiai|작성시간16.03.17|조회수22 목록 댓글 0

 비빌 언덕

  애오라지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사람은 누구나 약간의 히스테리, 편집증, 강박을 갖고 있다고 했다. 나도 그 누구나 중에 한명이기 때문에 약간씩 세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중 강박이라고 하는 녀석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점점 약간에서 중간, 중간에서 조금 심하게, 조금 심하게에서 엄청 심하게로 되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미쳐도 한참 미쳤구나.’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강박증세는 나를 몰아세워 멈출 수 없어 해소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보며 발견한 강박검사 점수는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수준으로 높았다. 강박은 어떠한 문제에 있어 그것이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면서도 계속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으로 불안하고, 두렵고, 공포스러워도 그 생각이 절대 멈춰지지 않는 것이다. 수없이 스스로에게 괜찮아~’라고 받아들이려 해도 순간 찾아오는 감정들에 휘둘려 나는 꼼짝도 못하고 얼음이 되어 버렸다.

  내 스스로 가진 강박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었고, 점점 외로워져 갔다. 혼자 있으면 생각이 너무 많아져 약속을 만들어 사람들과 만나려고 하였고, 내 진짜 문제가 아닌 일상을 이야기 하며 다른 생각을 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마음을 꺼내지 못하니 내 마음은 더 불안과 두려움, 공포 속으로 빠져들었다. 점점 한계가 오는 것을 느껴 강박의 해결방법을 찾아보니 내가 느끼는 감정을 스스로 이성적으로 설득시킬 수 있도록 상황분석을 하거나 스스로 하기에 어려울 경우에는 나를 대신해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봐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서 이성적으로 나를 설득시키려고 했으나 그러기에는 너무 멀리 와 아무리 설득을 하려고 해도 되지 않았다.

  이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이야기 하자!!! 내가 제일 믿는 외사촌언니에게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정말 다른 사람이 들으면 어이없어 픽~하고 웃어버릴 수 있는 내 강박에 대해 말했다. 역시나 날아오는 것은 욕과 비난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나를 위하는 말이 들렸고 속이 시원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원래 내 이야기 하는 것을 쑥스러워하고, 해봤자 상대의 반응에 나만 더 상처받아 득 될 게 없다고 생각하여 혼자 끙끙 앓고 말을 잘 안하는 편인데 다 쏟아내고 나니 내 감정과 생각이 정리가 되어 누군가에게라도 말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내 이야기를 했을 때, 온전하게 내 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았다. 어렸을 때 우리 엄마는 내가 이야기를 하면 네 생각이 틀렸어.’라는 반응을 참 많이 했다. ‘틀렸어.’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 한 것은 아니지만 뭐라고 할까... 내 마음은 듣지도 않고, 엄마 생각이 맞으니 그렇게 하면 된다는 느낌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말을 잘 안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우리 엄마는 무슨 마음으로 나한테 그렇게 이야기 한 걸까를 생각해 보았다. 나를 사랑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것을 나에 맞춰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에 맞춰 이야기 하다 보니 나는 상처를 받았던 것이었다. 어린 마음에 상처로만 가져갔고 지금껏 그렇게 생각해왔기 때문에 늘 혼자 끙끙 앓았지만 내 인생을 통틀어 제일 심한 위기상황을 겪고 나서야 내 부모가족들의 사랑을 오해했고, 내 생각이 잘못 되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소장님께서 사람에게는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동의는 하면서도 나 자신은 누구에게 말하면 뭐하나... 나 혼자서도 잘 해결할 수 있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은 정말 말로 몸으로 비빌 곳이 있어야 숨 쉬고 살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스로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빌 곳을 사람이 아닌 도구를 찾아 그것으로 채우려고 노력했다. 도구라 함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든지, 해보고 싶은 일 등으로... 여러 가지를 찾아 열심히 비벼댔지만 정작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이번에 내가 내린 결론이다. 혼자 열심히 한다고 해서 진짜 필요한 것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나를 믿어주고, 품어주지 않을지 몰라도 그런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어 마음으로, 행동으로 비빌 수 있다는 믿음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이렇게 가족에 대해 느낀 이 마음 그대로 나도 우리 가족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어야겠다. 고맙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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