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면...
애오라지
나는 어떠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를 종종 생각하는 편으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집의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난장판이 되어 어질러진 모습으로 서랍은 열려 다 뒤집혀 있고, 가구와 전자기기 들은 바닥에 내팽개쳐 있다. 바닥에는 신발자국이 가득하다. 이건 필시 도둑이 든 것이 틀림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112에 신고한다는 것을 전제로.. ① 주저앉아 펑펑 운다. ② 도둑맞은 물건이 무엇인지 샅샅이 확인한다. ③ 문밖에 서서 원래 내 집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중요한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해본다. ④ 옆의 이웃들에게 이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 ⑤ 가족이나 지인에게 전화하여 이 상황을 설명하며, 속상함을 토로한다. 나는.. ③번이다. 나는 내 물건을 되찾는 것보다 범인을 잡는 것이 목적으로 초동수사와 현장보존을 통한 증거수집이 목적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경찰이 올 때까지 집안으로 한발자국도 들어가지 않고 경찰이 무슨 질문을 할지, 나는 무엇을 말해야 범인검거에 도움을 줄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라면..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행동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나와 같은 생각 또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할 것이다.
근래에 교육, 워크숍, 심포지엄 등 가정폭력‧성폭력을 주제로 이야기 하는 자리에 가면 피해자 보호와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전에는 가해자처벌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체계가 하나둘씩 생기고 자리잡히다보니 피해자로 눈을 돌리게 된 것 같다. 그래서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데, 거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생겼다. 어느 심포지엄에서 사회자인 변호사가 도가니 사건의 재판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 해주었다. 1990년대부터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피해자는 현재 성인이 되었고, 결혼을 하여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피해자 진술에서 그러한 피해자에게 가해자 측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인데, 어떻게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할 수 있었나?”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 말을 전하는 사회자는 같은 변호사로써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상담원으로써 내가 가진 ‘피해자라면’의 상(相)을 갖고, 피해자들을 대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불행히도 나도 내 생각에 ‘피해자라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와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라는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었지만 밖으로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조금이나마 이러한 생각을 했다는 것을 깊이 자각하며 그렇다면 어떠한 기준을 가져야 되는지 생각해 보았다.
이 글의 처음으로 가서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를 예시한 것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생각한 것을 풀고, 질문한 것은 저마다 얼굴과 이름이 다르듯 자라온 환경과 개인의 성향, 문제를 받아들고 대처하는 방법과 그 상황에서 느낀 감정에 따라 모습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다.’라고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내 생각을 통해 혹여 내 주위에 있을 수 있는 피해를 입은 그들에게 어떻게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라는 것이지, 내 기준을 세워 진정한 피해자인지 의심할 피해자인지 판단하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내 생각과 피해자의 생각이 같다면 빠르게 공감하여 필요한 도움을 한시라도 빨리 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최소한 2차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심하며, 어떠한 방법으로 공감하고 도움 줄 수 있을지 충분히 고민한다면 피해자에게 적합한 지원을 해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늘 사람은 나와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충분히 고려해 상대를 대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천의 방법으로 ‘나라면..’이라는 기준을 내려놓고 내 앞의 상대를 대하려는 노력이 처음이 되어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