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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그라미]쓰레기통.

작성자mumiai|작성시간16.03.17|조회수30 목록 댓글 0

 쓰레기통

애오라지

 

  쓰레기통이라면 무슨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지? 일반적으로 더럽고, 냄새나고 등등 여러 가지 안 좋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같다. 왜냐하면 자신이 쓰레기통 취급 받았다고 분개하며 토로하는 목소리를 TV 등 매체를 통해서 접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감정노동자로 불리며 사람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야 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상담원 새내기로 근무를 할 때,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마구 쏟아내는 것에 대해 굉장한 불편함이 있었다. 자신들이 필요에 의해 전화하여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며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동의를 요구했고, 자신들은 변할 마음이 없으면서 상대를 변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마음에 맞는 답변을 해주지 않으면 으레 짜증을 내어, 맞받아치고 싶은 욕구를 매일같이 참으려고 노력했는데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이 몹시 불쾌했으며 자괴감까지 들었다. 이렇게 쓰레기통 되었다는 것에 빡쳐 소장님께 하소연 하니 당신보다 못한 사람들이니까 좀 봐줘.”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못한 사람들이기에 어린 내가 봐줘야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어서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하소연 하고 모르겠다하니 그때는 아픈 사람들이니까 봐줘.”라고 말씀하셨다. 아픈 사람들이라는 말에 고민하다 찾은 답이 제대로 자기 자신을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은 물론, 그것을 담은 말이나 행동을 스스로 어떻게 할 줄 모르며 무엇을 원하고 하고 싶은지도 전혀 알지 못하여 상대에게 마냥 쳐 바를 수밖에 없어서 그들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어서 쓰레기 밖에 던지지 못하지만, 나는 그 쓰레기를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의도가 있었던 없었던 길을 가다 누군가 쓰레기를 던져 맞았다 한들, 나는 쓰레기통이 아니라 맞은 쓰레기 까지도 주워 진짜 쓰레기통에 넣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나라는 개인을 특정해서 쓰레기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자리에 있어 그 일을 하기 때문에 대상자가 된 것 뿐인 것이다.

  내 스스로 쓰레기통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쓰레기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한 차이가 있었다. 우선 그들이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노출해도 내 기분이 좌우되지 않아 주위 사람이나 다른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게 되었다.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시간을 들이느라 정작 놓쳐 버렸던 중요한 것들을 다시 챙길 수 있게 되었으며, 내가 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자긍심을 배우게 되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그 사람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것을 좋은 결과로 내기 위해 무엇보다 노력해야 하기에, 나는 늘 배우고 성장하는 해야 하는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어야 하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반대로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나에게 던진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궁리하여,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해야 된다고 해서 피하기만 하면, 어디 있는지 땅만 보고 밟지 않으려 피하는 데에만 집중하다가 앞에 전봇대가 있는지, 다른 자리에 물웅덩이가 있는지 알 수 없어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똥이 보여도 앞엔 뭐가 있는지 옆의 땅에는 아무것도 없는지 확인하여 잘 대응하면 나는 아무 상처를 받지 않고 집에 잘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사람을 돕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고 들었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 멋진 사람이니, 어떤 방해가 와도 그 사실만을 기억하고 스스로를 지키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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