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 -평생토록 찾아 헤매는 이름 ✶
❦ 구들짱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그리고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 있는 달이다. 부모의 역할과 자식의 도리, 그리고 부부의 의리를 확인하고, 뒤돌아보는 것도 잠시, 어느새 일상의 자리로 돌아와 있는 나를 보면서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결혼을 생각하고, 시어머니와 함께 산다는 것에 나는 기대가 많았었다. 자라면서 부모님의 사랑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그 마음이 시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는 것으로 나만 잘하면 된다는 얄팍한 마음으로 무던히도 애썼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미어지는 가슴의 통증과 한없이 작아지는 내 모습만을 확인하는 좌절의 시간뿐이었다. 남편의 사랑도, 아이의 사랑도 한켠으로 밀어내며 오로지 시어머니의 사랑만이 사랑인양 갈구하던 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의 터널을 지나 온 지금의 나를 안아본다.
사랑이라는 것은 다양한 모습을 지닌 것임을 미처 깨닫지 못한 어리석음에 가슴이 아리다. 내가 원하는 모습의 사랑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사랑을 매도하고 무시하지 않고서는 숨을 쉴 수조차 없다 여기며, 가슴 아파하던 시간들 속의 한가운데에서 시어머니는 어떤 심정이셨을까를 생각해 본다.
어느 날 불쑥 나타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아들과 둘만의 오붓했던 시간 속에 끼어들어서는 성에 차지도 않는 온갖 아양을 부리다가 새초롬한 얼굴로 변하더니 어느 순간 그 마저도 보여주지 않는 황당함을 시어머니는 어떻게 견디고 계셨던 것인지가 그동안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나만 아팠고, 속상했고, 중요했으니까….
어른이 아니라 나이만 먹은 노인이라며 생각과 가슴 속에서 비껴놓을 줄만 알았던 지난 시간들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있었을 뿐이었던 어머니는 얼마나 외로우셨을지 이제와 그 마음이 가슴을 친다.
가슴 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뜨거움이 말한다. ‘너만 아프고, 속상하고,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사랑이라는 나만의 이름으로 가장 가까운 가족들을 할퀴며 살았음을 이제와 깨달으면서도 자신있게 어머니를 안아 드리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쓸어내린 가슴의 양만큼 나를 세우는 일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력을 하려 한다. 아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음이 조금은 두렵기까지 한 까닭이며, 사랑은 상대방이 원하는 모습으로 해야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머니께 여쭤봐야겠다. 그래서 당신이 원하는 사랑의 모습으로 한 걸음 다가설 준비를 함으로써 어머니 생전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채울 수 있도록 마음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