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그리고 같이 ✶
❦ 구들짱
2010년 여름이 느리게 지나고 있는 9월, 상담소는 교육이다, 캠페인이다, 상담이다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지나고 있다. 우리 임선생도 그 속에서 자기 몫을 하느라 여념 없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임선생을 만난 지도 어느 새 3년차에 접어들고 있구나 싶다. 무표정한 얼굴과 삐쩍 마른 모습, 어린이집 교사출신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짧은 옷차림을 보면서 '어째….'
사무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과 말을 거는 것도 쉽지 않은 듯한, 20대의 생기발랄함은 그저 옷차림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위태롭게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소장님께서는 우리가 하는 일의 특성상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풀어야 한다며, 개성과 자유를 존중해 주셨기에 임선생의 개성은 그렇게 유지가 되었고 색색의 스타킹으로 자신의 개성을 더욱 자신있게 뽐내기까지 하였다.
그런 모습에 처음엔 혀를 내두르다가 그 엉뚱한 자신감이 차츰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해도 귀엽고 예쁘기만 한 것은 내가 임선생을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ㅋㅋㅋ.
기분이 좋을 때는 온갖 재롱과 큰 웃음으로 조용한 상담소에 활기를 넣어주다가도 기분이 가라앉을 때는 소장님조차 임선생의 눈치(?)를 보게 하는 맹랑한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다 받아주시고 어여삐 여겨주시는 소장님의 사랑 앞에서 가끔은 질투심에 속으로 '요런….' 할 때도 있다는 것을 임선생은 알고 있을 것이다.
처음엔 이해하기 쉽지 않은 행동들이라 여기기도 했었다. 밥은 잘 안 먹으면서 군것질은 잘 하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모습에 거부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의 차이일 뿐이지 이해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임선생을 보게 되었기 때문일까, 먹고 싶은 것이라면 뭐든 먹었으면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래서 인가 함께 다니면 엄마와 딸로 여기는 것에 나는 속으로 운다(?)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냐구요 ㅠㅠ.'
그렇게 임선생과 나는 만남의 시간을 쌓으며 함께 그리고 같이 앞으로 가고 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임선생의 자신감은 가져오고 싶고, 젊은 날의 나와는 다르지만 조금씩 묻어나는 나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한마디라도 거들고 싶기도 하다. 그렇게 함께 하는 시간을 꽉 채우면서 행복이라는 성으로 한 성큼 다가선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 여기기에 서로 힘이 되는 그런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