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는 협상❞
❦ 구들짱
최근 ○방송과 충돌(?)이 있었다. 상품을 가입했다가 하루 만에 해지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이 2주일을 끌게 되었고, 결국 내가 원하던 대로 원상복구가 되긴 하였지만 왠지 뒤통수가 당기는 것은 결코 내가 이긴 협상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주간의 시간동안 전화를 기다리고, 신경 썼던 것을 생각하면 보이는 돈은 굳었지만 계산되지 않는 돈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협상을 할 때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 기본원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은 돈이 나가는 일이 없어야하고 되도록이면 돈이 아니더라도 뭔가 다른 것이라도 있어야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실랑이 벌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내가 달라진 것 같다. 매년 이맘때면 은행을 돌며 가계부와 달력을 얻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원하는 만큼의 개수를 받았는데 올해는 더 달라고 해도 안 된다고 하면 군말없이 뒤돌아서면서 '내가 이상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동안의 악착같은 면이 없어진 것인지, 이제는 슬렁슬렁 마음이 헤이해진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길게 실랑이를 하는 일이 왠지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발품을 파는 것이 낫다는 생각으로 여러 곳을 다녔다. 그렇지만 이번 ○방송과의 일처럼 마음 상함으로 시작하여 손해가 확신이 되는 것은 절대로 허술하게 넘기지 못한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께서는 "손해를 보며 살아야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는 '이득은 보지 못할망정 왜 손해를 봐야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나는 깍쟁이로 살아왔다. 특히나 내가 말하는 협상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더욱 그러하였다. 겉으로는 이득인 듯 보이지만 가만히 따져보면 해결이 될 때까지 시간이 너무 걸렸다거나, 마음고생이 심했다거나 뭐 그런 석연치 않은 점이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번 ○방송건도 미진한 것 같지만 그냥 이만하면 되었다고 나를 위로하고 있다.
그리고 정말 잘 하고 싶은 협상은 내 아이와의 협상이다. 나는 아이와 제대로 된 협상을 하려다보니 늘 잔소리로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나는 아이에게 거는 기대의 수준을 아이와 맞추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하며 힘들다고 징징댄다. "크게 바라는 것도 아닌데"라고 말하면 아이는 "엄마는 욕심쟁이"라고 답할지도 모르지만 정말 아이와의 협상은 힘들기만 하다. 그러나 아이를 보니 협상은 그렇게 자기만의 것을 위해 최소한의 양보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소하게 일상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이 협상의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난방기 등유를 사며, 기름 넣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기름이 넘지 않는 게 신기하다는 둥, 무거운 통 드느라 힘들겠다는 둥, 기름 값이 올라서 걱정이 된다는 둥, 장기고객에게는 할인혜택이 있냐는 둥 너스레를 떨었더니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협상이란 그냥 말 한마디 예쁘게(?) 해서 덤으로 무언가를 얻는 것도 같다.
아이를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상대의 상황을 파악하는 순간과 내가 한 발 물러서는 여유로 협상을 win-win하는 내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