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에 대한 짧은 생각
❦ 구들짱
새해가 시작되기 얼마 전 얼굴에 있는 점을 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세수해도 괜찮고, 약 안 발라도 괜찮다는 말에 안심을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얼굴에 있는 수없이 많은 점들을 보면서 깨끗하게 정리하면 좀 더 예뻐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은 했었지만 씻지도 못하고, 하루 이틀 만에 나을 것 같지도 않아 쉽게 도전을 못하고 이리저리 생각만 굴렸었기에 기회다 싶어 얼른 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이 볼세라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피하기만 했었다.
결혼 전 손등과 팔꿈치에 있는 점이 항상 거슬렸던 나는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점을 뺐는데 무지막지하게 화를 내는 남편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 그냥 무시하고 말았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기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맘대로 한 것에 화가 났다고 하지만 '내가 무슨 자기 소유물인가' 싶은 생각에 언짢은 마음까지 생기긴 했지만 '내가 좋은가부다'라는 마음으로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사건을 덮었던 기억이 새삼스러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때 남편의 반응이 왜 그랬는지 이해되지는 않는다.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쁜 것도 아닌 떨떠름함으로 기억되는 일일뿐이다. 어쩌면 결혼과 함께 나의 모든 행동에는 '허락'이라는 절차가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내 맘대로 '나를 좋아해서 일꺼야'라는 생각으로 나를 안심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던 일상이 남편의 의견을 구하는 일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옛날 불같이 화를 냈던 점 빼는 것을 또한 이유는 뭔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모를꺼라 생각해서?, 알아도 그만이니까?, 오래 전부터 원하던 바니까? 등등 중에서 '오래 전부터 원하던 바니까'로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남편의 동의 없이도 거뜬히 해내고 마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그래서 인가 남편은 가끔 '너는 니 맘대로야'라는 말을 했던 것이다. 절대로, never, 남편을 무시하려던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무시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새삼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작은 일도 '무시'라는 앙금으로 남편 마음속에 자리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남편과 내가 함께 하는 일상이 되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내가 점을 뺐다는 사실에 남편과 시어머니의 반응은 참으로 달랐다. 시어머니는 이왕 할꺼면 싸그리 다 하지 그랬냐 하시고, 남편은 쓸데없는 짓했다며 못마땅해 하는 것을 보면서 여자와 남자의 차인가 싶기도 했다.
점 뺀 것을 들킨 이후 아물지 않은 내 얼굴을 볼 때마다 남편은 '쯧쯧' 혀를 찬다. 그때마다 나는 쉽게 아물지 않는 내 살성을 탓하며 외면만 하고 있다. 어서 빨리 아물어서 '이것 봐 예뻐졌잖아'라며 남편에게 항변할 날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면 남편의 마음도 조금은 풀리지 않으려나!!!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수 있는 점에 불과하지만 내 맘대로 하는 것에 주춤거리는 나를 본다. 언제부턴가 나는 남편이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은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 한다. 처음엔 '내가 왜 그래야 하지'하던 마음이 '남편이 좋다는데'로 바뀌면서 마음까지 편해졌다. '구속'이라 생각했던 마음이 '애정'으로 받아들여졌기에 가능해진 일이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은근히 남편의 투정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애정을 확인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나는 남편의 말이 아닌 마음을 알아채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