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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그라미] '불량가족 레시피'를 읽고

작성자mumiai|작성시간17.03.17|조회수38 목록 댓글 0

 '불량가족 레시피'를 읽고

구들짱


이름 권여울, 고등학교 1학년, 취미는 코스튬플레이. 여울이는 도덕 꼴통의 자서전 숙제를 계기로 자신의 가족들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팔순을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따발총 같은 잔소리는 절대 늙지 않는 할매, 이미 쉬어버린 밥처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 같은 쉰 넷의 아빠, 엄마가 다른 이복 남매들. 다발경화증으로 늘 기저귀를 차는 전문대 다니는 오빠, 거침없이 욕을 쏟아내는 저주받은 입을 가진 고3 언니, 평생 주식만하다 뇌가 고장 나 버린 뇌경색 삼촌이 여울이의 가족이다. 한 지붕 속 개인들의 집합체인 여울이의 가족들은 각자의 아픔들을 감싸주기보다는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할퀴는 것으로 자신들을 방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가족에게 위안 받지 못한 여울이는 코스튬플레이를 통해 다른 삶의 간접 경험을 하며 사춘기 소녀의 성장통을 담담히 겪어내는 모습을 보인다.

평생 손주들 뒷바라지에 허리가 휜 할머니는 양로원 입소가 일생일대의 소원으로 독립을 꿈꾸지만 정작 집을 벗어날 수 있는 순간, 집을 지키는 것을 선택하신다. 평생의 로망은 여자들인 아빠는 결국엔 무리하게 채권추심 정보를 다른 거래처에 유출시킨 죄목으로 구속되는 것으로 집을 떠나고, 미국에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대박만을 꿈꾸던 삼촌은 주유소에 취직하는 것으로 독립을 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만 하던 오빠도 용기 내어 집을 나서고, 엄마와의 재회에 실망만 한 언니도 하고 싶은 공부에 뒷바라지 안 해주는 아빠를 핑계로 집을 나서게 된다. 가출을 꿈꾸지만 가출이 아닌 출가라는 단어로 포장한 출가지침서로 마음을 달래던 여울이는 자신이 어렵게 꿈꾸던 출가를 너무 쉽게 감행하는 가족들을 보며 황당함을 느끼지만 어느 순간 가족들이 떠난 자리에서 가족의 주인공이 된 자신을 보게 된다. 그래서가족이라는 이름의 울타리로 그들이 들어오게 하는 것이 한없이 힘겨울지 모르지만 가족들을 기다릴 준비를 하고자 한다. 여울이는 '위기에 처했을 때 비로소 인간은 진화한다'는 도덕 꼴통의 말을 떠올리면서 가족의 해체가 진정한 가족으로의 거듭남의 발판이 될 수 있음을 꿈꾸게 된 것이다.

'정말 이런 가족이 있을까?' 싶지만 우리네 사는 모습이 여울이네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함께 있어서 가족이 아니라 떨어져 있어도 그 자체만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 한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얻어질 수 없는 진정한 가족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제멋대로인 불량스런 가족들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내는 여울이의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지켜낼 수 있는 힘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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