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내❞
❦ 구들짱
몇 달 전 남편의 차를 타고 출근을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남편이 불쑥 "너는 몇 점이라 생각하니?"라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OOO인 나로서, 아니면 엄마로서, 아님 아내로서?"라고 물으니 "됐어. 이미 답이 나왔는걸 뭐."라며 입을 닫는 남편을 보면서 멍~하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더 이상 얘기 나눌 시간도 없이 각자 출근을 했었다. 그리고 다시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한 채 혼자서 생각을 굴리게 되었다. 나는 나밖에 모르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남편이 듣고 싶었던 말도 예상이 되고…. 새삼스레 남편에 비추어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결혼과 함께 남편이 바라는 좋은 아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물어본 적은 없지만 딱 한 가지 남편이 말한 것은, 집을 자주 비우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었기에 외출하는 것을 미루다보니, 시어머니께서 '제발 친구 좀 만나라.'는 말씀까지 하시기도 했었다. 그리고 남편이 바라는 것이 시어머니를 잘 모셨으면 하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시어머니의 말씀을 들어 드리는 것부터 시작을 했었고, 일하는 건 싫다는 시어머니의 말씀에 따라 되도록 집안일은 나 혼자 감당했으며,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있어도 고부갈등이라는 이름으로 남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까싶어 혼자서 삭이곤 했었다. 시시콜콜 자신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싫어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사생활을 보호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지갑과 휴대폰에 대해선 일체 궁금해 하지 않았으며, 무조건 믿어주는 아내이기를 바란다고 여겼기에 늦게 들어와도 바가지를 긁지 않고 기다려주는 아내의 모습을 보였었다. 집에서는 무조건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 여겨서 늦잠을 자도 잔소리 하지 않고, 평소에 집에서 식사를 할 기회가 적은 남편이기에 외식을 하자 조르는 일도 하지 않았다. 긴 머리를 좋아한다고 했기에 머리를 자를 때도 '얼만큼 자를까?'를 물어보고 자르는 것이 익숙했고, 남편이 골라준 옷이라면 짧은 반바지라도 신나서 입고 다니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스킨십을 좋아하는 남편임을 알기에 시어머니의 눈치를 봐가며 기분에 따라주려 애쓰기도 하고, 배고픈 걸 참지 못하는 성격을 알기에 차 안의 주전부리도 넉넉히 준비해주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그랬는데, 남편이 바란다고 생각하며 보여주고 있었던 나의 모습들이 '너는 몇 점이라 생각하니?'라는 남편의 물음에 가슴이 내려앉고 말았던 것이다.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행한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나보다 남편을 먼저 생각한다고 한 것들이었는데, 남편에겐 100점짜리 아내의 모습은 아니었나보다. 내가 생각한대로 하는 것이 내가 꿈꿨던 부부의 모습을 갖추는 것이라 여겼었는데, 어느 순간 남편은 저만치 밀쳐져 있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100점짜리 아내, 남편이 생각하는 100점짜리 아내의 모습이 일치하도록 남편의 마음을 더 많이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