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책임❞
✿ 구들짱
영화 '도가니'를 보니 마음이 착잡하고, 무겁고, 아프기까지 하다.
유엔 아동권리 협약에 의한 아동의 4대 권리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 중 하나인 보호권을 보면 아동은 학대나 차별, 폭력 등 성장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권리가 있으며, 어른의 의무는 아동의 권리증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되어있다. 영화 '도가니'에서 청각장애아동이 선생님이라는 어른으로부터 성장에 나쁜 영향을 주는 폭력을 당하고, 주변어른 누구도 그 아동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려고 하지 않은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 어른들은 자신들이 아동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어디에 두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어른 노릇을 하고 있는 걸까?
할머니께서 "모지란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뭐하는 기고…."라며 빵봉지를 슬며시 건네던 장면에서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른이라는 말이 이렇게 부끄러운지 미처 몰랐었다. 어른이라고 다 같은 어른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어른이라고 자부했던 내 자신이 아이들을 위해 그동안 무엇을 했었는지 미안하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이 보호되는 공간인 학교에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어른으로서 학교에만 책임을 전가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본다. 내가 생각했던 학교의 모습이 아닌 아이들이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은 무엇인지 확인이 필요한 것 같다. 아이를 보호해야 마땅한 어른으로서 학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지 어른들의 편리에 이용되는 공간이 아님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아이들 중심으로 생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걱정이 앞선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관심이 무엇인지 알아야겠다고 시도하는 것이 되려 아이들을 방해하는 관심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부화뇌동(附和雷同) 하는 모습에 아이들이 혼란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오늘은 할 일을 잠시 접어두고 진정 제대로 된 어른노릇을 하고 있는지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학교에 아이를 떠맡기며 관심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지, 그동안은 아이를 믿는다는 전제하에 잘 내버려둔다고 하면서 소홀하게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한 나를 발견한다. 하지만 이제라도 어른으로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천을 시작해야겠다. 아이의 안녕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말이다. 그리고 아이는 무조건 보호받아 마땅한 존재이며 그 책임은 어른의 몫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도 잊지 않아야겠다. 제대로 된 어른노릇을 하고자 하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