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절한 사람이다?❞
✿구들짱
'나는 친절한 사람이다?'라는 의심을 그동안 해 본적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성질대로 감정을 표출하지 않았고,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내게 불편을 호소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래에 내게 불편하다는 신호를 사람들이 보내오기 시작했다. 친절하지 않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런가?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나? 할 수 없지 뭐!'라며 여전히 나의 친절에 대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문이 들었다. 친절하다는 것이 무얼까? 그동안 내가 했던 말과 행동들이 결코 친절과는 거리가 멀다는데 그러다보니 친절이라는 단어가 버겁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사람들을 귀찮게 하지 않으면서 나의 생각대로 친절을 베풀었던 행동이 종국엔 그들을 불편하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고 행한 것이니까 상대방도 당연히 좋아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불편을 느끼게 했다고 생각하니 속상하기 이를 데 없었다.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친절하다는 것을 정말 잘 모르겠다. 내 생각에 감정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고, 예의바르게 행동하면 친절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것이 지극히 나 개인 중심의 어린아이 같은 마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친절이라는 단어를 새로이 느끼게 되는 순간을 맞이했다, '나는 친절한 사람이다.'라고 굳이 말하고 다니지 않았지만 지금은 '친절이 도대체 뭔데 내 속을 이렇게 헷갈리고 속상하게 하는 거야.'라며 다 던져버리고 싶고 그동안 살면서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내 자신의 친절함에 대해 혼란을 느끼게 되었다.
어릴 적 기억 속의 나는 한 번도 내가 중심인 적이 없다고 생각을 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르면서 남편과 아이 그리고 시어머니와 함께 살며 내 친절을 맘껏 베풀었는데 지금에 와 다시 보니 나를 중심에 둔 친절로, 나의 친절을 무조건 수용 당했을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의 친절함은 어쩌면 '희생'을 잘 포장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친절하니까, 내 가족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친절과는 거리가 먼 행동으로 내가 베풀었던 친절은 생활 곳곳에서 나를 고립시키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정한 친절은 그들에게 베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생각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나는 정말 친절한 사람이고 싶고, 사람들과 함께 잘 살고 싶다. 언제쯤 나는 이렇게 깨달은 친절을 생활화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어 답답하지만 이대로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나는 진정한 의미의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 희생을 포장한 친절을 벗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