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정점❞
✿구들짱
얼마 전 "인생의 정점을 찍어보았느냐?"는 질문은 받았다. 순간 멍해진 나는 "지금…이 아닐까 싶다."고 했지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인생의 정점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도, 생소하게만 느껴진다는 것도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생각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에 나는 뭔가를 이루기 위해 치열한 나만의 싸움을 경험한 적이 있었는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글쎄….' 딱히 하고 싶었던 일도,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 일도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생활이기에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었는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하지만 당연한 건 없었다. 그래서 뭔가를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코앞의 것만 볼 뿐 앞을 길게 보지 못하기에 늘상 놓치고 후회하는 일이 반복되었던 건 죽을힘을 다해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음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은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아니라 오늘 하루 최대한 편하게 살면 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기에 내일의 계획은 불필요했다. 그런데 요즘 하루를 계획하고 그 계획대로 사는 연습을 하면서 50평생을 안 해오던 계획대비 생활이 버거워 '헥헥'거리다가도 조금씩 좌절과 희열이 교차하는 느낌을 온 몸으로 받고 있다. 계획한대로 하루를 마감할 때의 희열도 경험하고, 일을 시작해서야 계획이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는 좌절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과거의 무계획한 나와 이별하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하루를 계획하다보니 일주일 계획은 저절로 되고 한 달의 계획도 어렴풋이 드러나며 그동안의 느슨했던 생활이 조여지는 느낌은 또 다른 자유로움을 갖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계획한 시간표가 있기에 빨리 끝내고 다른 것을 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없어졌고, 계획보다 빨리 일을 마치게 되면 또 다른 일을 선택하게 되는 여유를 부리면서 자부심도 덤으로 느끼고 있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할지 더 많이 고민하고, 무엇을 할지 생각하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답을 찾는데 가까워지게 되고, 그러다보니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고, 그 일을 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할지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인생의 정점이란 그렇게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있다면 찍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내 인생의 정점을 찍지 못했다면 앞으로 인생의 정점을 찍기 위해 오늘의 최선이 뭔지를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내 나이 50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금의 나를 부추기며 미래의 나를 웃음 짓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나가 부끄러웠다면 앞으로의 나는 부끄럽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부추기려 한다. 지금도 가끔 주춤거릴 때가 있지만 그럴 때마다 나를 지켜보고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는 생각으로 나를 돌려세우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인생의 정점을 경험하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