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깍쟁이❞
✸구들짱
얼마 전 친정어머니의 발목이 부러지는 일이 생겼다. 중풍으로 오른쪽이 마비되신 지 20년이 넘다보니 자주 오른쪽 골절이 생겼고, 점차 자리보전을 하시는 일이 많아지더니 기어이 수술에까지 이르셨다. 병원에 계시는 것도 싫다고 하셔 집으로 모셨으나 기저귀를 안 차신다며 밤새 화장실을 기어 다니셨고, 이 여름 무더위에 곪아 다시 병원에 계시다가 요양원에 모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너나없이 바쁜 자식들이기에 집으로도, 병원에도 모실 수 없어 요양원을 알아보게 되었는데 시어머니도 모시는 나로서는 '가까이 모시는 건 어떨까….'라는 잠시 주제넘은 갈등을 겪기도 했었다. 지금까지 형제들끼리 모이면 희희낙락거리며 맛있는 것 먹거나, 놀러갈 궁리만 하다가 어머니의 장기입원이라는 현실에 부딪치다보니 서로 미루고, 한 시름에 눈치만 보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가족회의를 통해 각자 역할을 정하기로 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상황 자체가 그저 불편할 따름이다. 자식의 입장에서는 부모님을 모셔야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건강하지 못한 분을 모신다는 것이 이렇게 갈등을 불러일으킬 줄은 미처 알지 못했던 일이다.
이번 일을 겪으며 모두 한 마디씩 하는 말은 "건강하게 살다 죽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집집마다 어르신들이 아프다보니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여간 불편한 게 아니기에 원망과 자기암시가 교묘하게 섞인 말을 내뱉게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하기는 나또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늙는다는 것이 나와는 무관한 일 인양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눈앞의 것들이 보이지 않고 '노안'이라는 진단을 받고나서야 나도 늙는다는 것이 새삼스레 피부에 와 닿았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하지만 건강하기 위해 무엇을 했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어릴 적부터 건강하지 못하였기에 그저 더 아프지 않게만 살면 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아프신 어른들을 보며, 자식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이야말로 건강하게 사는 것임을 새삼 가슴에 새기게 된다. 죽을 때까지 건강한 것이야말로 가장 행복하고, 축복받은 일이라는 생각에 건강을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뭔지를 빨리 찾아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이 생겼다. 그동안 내가 건강하기 위해 조금씩 한 일이 있기는 하다. 사주팔자를 믿는 건 아니지만 우연한 기회에 들은 말이 내 사주엔 물이 부족하니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하여 물을 먹으려 노력(?)을 하고 있다. 아침공복에 물 한잔, 점심식사 후엔 물병에 물을 받아 책상에 놓고 수시로 먹으려고 한다. 의식하지 않으면 물 마시는 것도 잊으니 말이다. 그리고 뻣뻣한 몸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 요가를 배우러 가지는 못하더라도 집에서 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덥다는 이유로 아직 시작을 하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이제는 시작해야겠다. 자식으로서 부모님의 병수발을 드는 건 당연한 것이겠지만 내 자식에게만은 이 짐을 지우고 싶지 않기 때문에 더 열심히 건강을 챙기는 깍쟁이가 되기로 결심했다. 건강을 위해 해야 하는 것들을 더 많이 찾아보고, 가족들과 함께 나누며, 건강한 가족이 되어 오래도록 함께 살고 싶은 욕심이 요즘엔 자꾸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