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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그라미]원칙과 특별함 Ⅰ

작성자mumiai|작성시간16.03.09|조회수35 목록 댓글 0

 원칙과 특별함

  스펀지


 나는 나만의 원칙이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원칙이 있는 것 같다. (원칙이란 어떤 행동이나 이론 따위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을 뜻한다.) 저마다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습관이나 행동들이 하나둘씩 자신만의 원칙이 되는 것 같다. 붕어빵을 먹을 때 어느 부분을 먼저 먹어야지 생각하지 않아도 늘 먼저 먹는 부분이 있고, 이를 닦을 때 치약을 뒤부터 짜서 쓰는지 중간부터 짜서 쓰는지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행동들이 내가 나름대로 정의한 원칙이다. 그런데, 종종 나와 다른 사람의 원칙이 충돌할 때가 있다.

 나는 과자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부스러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건 더 더욱 싫어한다. (어릴 때 빼빼로를 야금야금 먹다가 엄마한테 크게 혼난 적이 있은 후로 생긴 원칙인 거 같다. ㅋㅋ) 과자를 먹을 때는 한입이나 두입에 다 넣고 씹어 먹던가 종이를 받쳐서 대고 먹는다. 그런데 내 친구는 과자를 조금씩 야금야금 먹으며 부스러기를 떨어뜨렸을 때 나는 화를 내고 "네가 애냐? 턱 빠졌어?" 공격적으로 쏘아 붙였다. 지금 그 상황을 돌이켜 보면 찜찜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맛있는 과자를 함께 먹었는데 왜 이런 불편한 감정으로 그 상황이 기억에 남은 걸까?

 나와 같지 않은 다른 사람을 다 이해하고 인정하기가 힘들지만 내 원칙을 상대방이 모르면 나는 울화병이 생길 수도 있고 아주 큰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든 드러내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건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나의 원칙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 다는 것이다. , 내 원칙대로 내 스타일대로 변화했으면 하고 바라는 대상은 "나와 함께.."를 허락했단 뜻이다. 나와 가까운 관계이면 일수록 "나와 같게.."일거란 기대감에 더 들이대는 것 같다.

 재미있는 건 내 원칙에 대해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 나의 원칙에 대한 동화가 빠르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몇 번 잔소리를 하고 난 이후 어느 날, 친구가 나에게 "나 이제 과자 한 입에 다 먹는다!!"하고 말하며 한 입에 쏙 넣어 먹는 것이었다. 그 순간의 느낌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렇게 하니까 좋지?" 라고 대답하며 웃었던 것 같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다른 친구에게 내가 과자 부스러기를 떨어뜨린다는 걸 싫어한다는 것 까지 광고(?)해주고 다녔다. 그 때의 기분은 참 흐뭇했다. 내가 입 아프게 말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ㅋㅋ 12조의 효과를 보았다. 그 친구를 나처럼 변화시키기 위해 조금 거친 방법을 쓰긴 했지만 내버려두고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했었다면 그 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원칙 중에 남겨야 할 것은 남기고, 버려야 할 것은 단호하게 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원칙이 모두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다른 사람의 원칙도 잘 수용하고 있는지 너무 내 고집만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옳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나를 오늘 반성하며.. 다른 사람의 특별함도 존중해주고 다른 사람에게 특별한 내가 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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