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Day❞
✿구들짱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앤 해서웨이'주연으로 '20년 동안의 사랑이야기'라는데 어떤 사랑을 얘기하는지 궁금했다.
이 영화는 1988년 7월 15일 엠마와 텍스터의 대학교 졸업식 날부터 2006년 7월 15일까지 해마다 반복된 7월 15일의 특별한 하루를 담아내고 있었다. 1988년 7월 15일 대학교 졸업식 날, 마음에 두었던 텍스터와의 첫 만남에 엠마는 설렘을 감추지 못한다. 덱스터 또한 특별한 느낌을 갖기는 하지만 서로 확인할 시간도 없었던 짧은 만남이었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친구가 되는 것으로 마음을 나눈다. 이후 자신의 꿈인 작가와 교사가 되기 위해 음식점 종업원으로써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엠마와는 달리 부유하고 인기 많은 텍스터는 방송 일을 하며 많은 여자들 속에서 세상을 즐기고 성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서로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외롭고, 힘든 순간에는 서로의 목소리로 위안을 삼기도 하고, 연인이 아닌 친구로서 함께 여행도 하며 각자의 삶 속에서 서로를 분리하지 못하고 따로 또 같이 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해마다 7월 15일의 하루로 그리고 있다. 서로는 느끼지 못하지만 지켜보는 이는 알 수 있는 그들의 사랑이, 오랜 시간 우정의 이름으로 묶여질 수 있었던 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할 용기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그들이 두려워했던 건,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우정마저도 깨질 것 같아 그래서인지... 궁금하다. 어찌됐든 그들의 소심한 사랑이 먼 길을 돌고 돌아 결실을 맺는 모습에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면서도 왠지 위태롭다 생각했었는데 결국 허망하게 엠마는 죽음을 맞이하고, 이를 통해 텍스터가 진정한 사랑이 뭔지를 알게 된다는 것으로 이 영화는 끝이 난다.
엠마가 떠나고, 엠마와 살았던 남자 이안이 텍스터를 찾아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너랑 있으면 엠마가 환히 빛났거든,. 내겐 한번도 그런 적 없었어. 그래서 더 화가 났었어. 엠마는 네게 과분했거든. 엠마가 널 사람으로 만들어줬어, 그 대신 넌 엠마를 아주 행복하게 해줬지. 정말 행복하게... 그 점에선 항상 널 고맙게 생각할게."라는...
영화의 마지막 날인 2006년 7월 15일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덱스터가 딸과 함께 1988년 7월 15일 엠마와 올랐던 언덕에 누워 엠마를 회상하는 평화로운 장면이 말이다. '굳이 엠마를 허망하게 죽음으로 보내야 했을까...' 라는 생각이 없지 않았는데, 함께 있어야만 해피엔딩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덱스터가 매년 7월 15일을 회상하며 웃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옆에 있기에 미처 깨닫지 못하는 상대의 존재와 사랑을 놓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새삼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내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기에 옆에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하나도 안하며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도 말이다.
배우들도, 배경도, 패션도, 음악도 멋있는 영화라고들 하지만 내게 있어 이 영화는 '내 감정 제대로 알고, 옆에 있을 때 잘 해줘야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메시지를 깊게 남겼다고 한다면 너무 치우쳐 영화를 본 것일지 모르지만, 옆에 있어줘서 고마운 만큼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당연하지만 놓치고 있었음을 일깨워줬다. 그래서 큰 소리로 다짐해 본다. '표현하고, 확인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자!!!' 고... 사랑이 뭔지 다시 정의내리고픈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를 한 번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