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야❞
✿구들짱
만화가 강풀이 <안녕, 친구야>라는 제목의 첫 그림책을 냈다는 기사를 보고 무척 반가웠다. 그의 작품 중 처음 접한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순정만화>, <아파트>, <당신의 모든 순간>, <바보> 등을 보면서도 어찌나 울고, 웃었던지 그 즐거웠던 기억에 무조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밤, 아이가 엄마, 아빠 방으로 가기 위해 문지방을 건너다가 발가락을 찧고 큰 소리로 울다가 만난 아기 고양이의 집을 찾아가는 여행 같은 이야기가 이 그림책의 내용이다. 아기 고양이의 집을 찾는 과정에서 만나는 커다란 개, 생쥐, 검은 고양이가 나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그림책을 쉽게 넘기지 못하고, 한 글자 한 글자 되새김질 하듯 읽어 내려갔다.
아기 고양이는 비를 피하고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집을 찾는다고 하지만 결국은 엄마, 아빠를 찾는다는 것을 아이는 알아챈다. 늘 누군가에게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커다란 개이지만 "고양이가 싫었어?"라는 아이의 물음에 "다른 개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라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데, 나 또한 남들이 하니까 따라서 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고양이가 잡아먹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고양이만 보면 오들오들 떠는 생쥐가 용기내어 아이의 물음에 답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도 나를 보게 되었다. 그럴 것 같다고…, 그럴 것이라고…, 결론지은 생각에 스스로의 행동을 옭아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씩 곱씹어보게 된다. 아기 고양이를 보자마자 "나랑 싸우러 온 거 아냐?"며 온 몸의 날을 세우는 검은 고양이에게 "혼자 있는 게 좋아?"라는 아이의 물음은 검은 고양이를 당황하게 하는데, 이 모습도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아이의 볼이 빨개질 정도로 멀리 와 버린 것을 눈치 챈 아기 고양이가 "단 한 번도 누군가와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어. 누군가에게 말을 걸면 나도 혼자 집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라며 용기를 내고, 아이와 아기 고양이는 각자 집을 찾아 가기로 한다. "고마워."라는 인사말도 잊지 않은 채 말이다. 아이가 집으로 가는 길에는 검은 고양이, 생쥐, 커다란 개가 아이가 묻지 않았음에도 먼저 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 아이는 무사히 집에 도착하게 된다.
처음으로 혼자 자게 된 아이의 무서움은 엄마, 아빠 방으로 가는 길에 발가락을 찧는 아픔을 통해 온 몸으로 전해지지만 아기 고양이와의 여행 같은 집 찾기를 통해 홀로서기를 위한 첫걸음을 어떻게 떼면 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된다. 문지방에 발가락을 찧는 아픔 따위는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집에 들어서는 순간 잊을 수 있는 일이 될 정도로 아기 고양이의 집 찾기가 아이에게는 한 뼘의 성장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그림책은 끝이 난다.
아이들만 보는 그림책이 아니라 어른에게는 가슴 한쪽에 먹먹함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도 예쁘고, 글도 예쁘다. 아이와 함께 다시 읽으면서 모르는 것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용기와 세상과 함께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판단으로 나를 옭아매지 않으며, 남들 하는 일에 생각없는 따라쟁이가 되지 않으며, 특히 내 아이에게 집이라는 커다란 울타리가 확실하게 되어주기 위해 나부터 달라져야 할 것이다. 세상과의 소통에 있어서 미숙한 점은 나보다 덜 서툰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한 발짝씩 나아가는 연습도 할 것이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안녕, 친구야>의 아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