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작은 동그라미] ❝아이의 사춘기❞

작성자mumiai|작성시간17.03.17|조회수61 목록 댓글 0

 아이의 사춘기

구들짱


아이는 밤마다 음악을 들으며 잠이 든다. 평소엔 1시간 쯤 지나 잠든 것을 확인하고 CD를 껐는데, 어젯밤엔 15분 쯤 후 잠들었을 꺼라 여겨 들어가 보니 이불이 뭉쳐있었다. 이불을 제대로 덮어주기 위해 들추니 반쯤 벗겨진 바지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아무 말도 못했는데, 아이는 바지가 흘러내렸다며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감기 걸리기 쉬우니 이불 잘 덮고 자라."는 한마디만 하고 나왔지만 마음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아직 어린아이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사춘기가 된 모습을 보이니 어색하기만 했다. 더 이상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살짝 들었다. 이 모든 게 어쩌면 허전함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나도 별 수 없는 엄마구나…' 한숨만 나왔다. 빨리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은 했지만 막상 자라는 모습을 확인하고 보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확 밀려왔다.

얼마 전 아이 친구엄마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목욕하러 들어가면 장시간 나오지 않아 문을 열어보면 샤워기를 그곳에 대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종종 있었다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목욕하는데 문을 벌컥벌컥 여는 건, 걱정이 앞선 엄마의 지나친 행동일 수 있다는 얘기와 방해받고 싶지 않을 때는 문을 잠그도록 아이한테 얘기하면 좋겠다고는 했지만,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들을 어떻게 키워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심심찮게 드러나고 있을 정도로 아이들이 크고 있는 것이었다.

당황스런 마음을 추스르고 나니 남자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엄마가 끼고 있지 말고, 아빠에게 맡기라는 말이 생각나서 퇴근하고 들어온 남편에게 아이와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순간 남편은 화를 내는 것이었다. "별일 아닌데 왜 그러느냐."는 것이었다. 길게 얘기할 시간이 없어 넘어가긴 했지만 "별일이라서 얘기 나눴으면 좋겠다는 게 아니라 사춘기를 준비할 수 있는 말을 그 시기를 무사히(?) 보낸 아빠가 해 준다면 좋을 것 같아서…"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물론 남편의 사춘기시절엔 요즘과 같은 성교육 뿐 아니라 성에 관한 대화를 집안에서 한다는 건 엄두도 못 낼 일이긴 했지만 지금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줘야 하는 것도 부모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여자인 엄마로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남자의 성에 관한 것들을 남자인 아빠가 알려준다면 아이는 혼란스럽지 않게 사춘기를 맞이하고,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남편이지만 아이에게 세세하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준비해야 하는 것과 앞으로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다른 사람이 아닌 아빠에게 물어볼 수 있는 물꼬를 트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면 남편도 끝까지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남편과 아이가 동질감을 갖고 대화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라는 욕심을 가지면서 말이다.

매일 세수하고 이빨 닦듯 그 곳을 닦고, 통풍이 잘 되는 속옷으로 매일 갈아입도록 하며, 혼자만의 시간도 충분히 줄뿐 아니라, 가장 부드러운 휴지도 아이 방에 준비해줘야 한다고 들었다. 지금껏 미루었던 것들을 이제는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마음 속 아이는 이제 떠나보내고 눈앞의 아이 모습에 집중해야겠다. 그래서 아이가 사춘기를 잘 보내게 하기 위한 것만 생각해야겠다. 그렇다고 지나친 관심을 갑자기 쏟는 게 아니라 적절한 관심과 표현으로 아이와 함께 하고 있음을 알게 해야겠다. 무엇이든 물어보고 얘기할 수 있는, 아이의 편이라는 것을 아이가 믿을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렇게 한다면 나의 바람대로 아이는 사춘기를 잘 보낼 것이라 믿는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