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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그라미] ❝껌딱지❞

작성자mumiai|작성시간17.03.20|조회수12 목록 댓글 0

 껌딱지

구들짱


아이가 친구에게 맞고 들어왔다. 놀란 마음에 무슨 일인지 따지자며 친구엄마를 찾아갔다. 하지만 다짜고짜 버럭 거리는 친구엄마를 보고 더 이상 말을 섞지도 못하고, 울렁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속상하고 화가 난다기보다는 두렵고 무서운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라는 생각에 빠진 나는 엄마가 아니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혼란스런 내 감정에 휩싸여 주저앉아 있었다. 그러다 보니 피해를 입은 아이를 돌봐야 하는 시기를 놓치게 되었고, 급기야 2차 피해까지 입는 결과가 빚어졌다. 그동안에는 아이의 잘못만을 들추어내어 옳고 그름의 잣대로 가위질만 하더니 이번에는 자기감정에 휩싸여 아이를 전혀 보지 못하는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뒤늦게 깨달은 것이 있다. 하나는 소리 지르는 사람만 보면 무서워서 옴짝달싹 못했던 것은 어릴 적 내게는 한 없이 다정하셨던 아버지께서 남동생들을 야단치는 모습을 보면 너무 무서운 나머지 구석에서 훌쩍이던 기억 속에 사로잡혀 아버지처럼 화를 내는 사람만 보면 모든 게 정지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어릴 적 나의 모습을 아이에게서 찾고 있었던 것이다. 어릴 적부터 특별한 보호를 받아본 기억이 없는 나로서는 떳떳한 엄마의 모습보다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나약한 모습으로 자기연민에만 빠져 있었던 것이다.

껌딱지처럼 내게 붙은 그 기억은 언제든 어릴 적 그 상황으로 나를 돌아가게 하였고, 그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함으로써 그 폐해를 고스란히 나의 가장 소중한 아이가 받았던 것이다.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찢어진다. 아이의 사건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두 가지였지만 지금까지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은 얼마나 될지 무섭다. 엄마의 부족함을 감당하는 것이 아이의 운명이 되어서는 절대로!! 절대로!! 안 될 것이다. 부족함이 내 발등을 찍는 일로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아이를 돌아 세우는 일이 된다면 그건 엄마의 자격이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껌딱지처럼 딱 붙어있는 나의 기억은 나만이 떼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는 어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였지만 지금은 그때의 나도 아니고, 그때의 사람들도, 상황도 아니다. 지금의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무서움에 떨지도, 나약하게 자기연민에만 빠져있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엄마라는 사실이다.

껌딱지를 떼고 온전한 엄마의 모습으로 아이를 대하려면 자기감정에 빠져 자기 것만 해결하려 온 힘을 기울여서도 안 되고, 아이가 지금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어떤 마음인지 아이를 먼저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전투적이 되어 무조건 아이의 허물을 묻으려고만 해서도 안 되고 말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이 내 것을 해결하려는 것인지, 아닌지 부터 생각해야겠다. 그리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껌딱지가 있다면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일 것이다. 더 이상 아이를 내팽개치는 일도, 상처를 주는 일도 결코 없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ㅇㅇ야 엄마가 정말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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