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맨❞
✸구들짱
우연찮게 채널을 돌리다 남자의 몸에서 칼날이 돋는 장면을 보게 된 순간, '뭐지???' 하는 호기심이 생겼는데, 아픔투성이인 마음 때문에 몸에 칼이 돋는 한 남자와, 그런 남자를 따뜻한 마음으로 치유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라는 기사까지 접하고 보니 더욱 궁금해져서 챙겨보게 되어 지금은 방송 날을 기다리기까지 한다.
씻겨지지 않는 지난날의 상처와 분노(독선과 독단으로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며 세상을 살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가 마음속에서 똬리를 틀고 있다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몸에 돋아나는 남자를 보면서 분노의 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우리는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한 순간 들기도 했으나, 분노 때문에 몸에 돋은 칼날이 흉기가 되어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인 결과가 펼쳐질 수도 있겠다 싶기에 고개를 저었다. 분노의 마음을 조절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드라마에서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함으로써 사랑하는 여자가 다치게 되었고, 통제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이별을 결심했던 남자를 보면 말이다.
세상을 밝은 눈으로, 맑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여자가 언제든 어떤 상황이든 자신의 감정을 군더더기 없이 솔직하게 표현하며 주변까지도 그녀의 에너지로, 향기로 가득 채우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부럽기까지 하다. 특히 가슴에 바람이 지나간 듯 먹먹해졌던 장면이 있다. 여자가 남자의 아버지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남자의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다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밝히며, 아버지에게 도움드리지 못한 건 자신의 잘못이지만 "미안하다."는 한 마디만 아버지께 해주시라고 청했으나 "나는 그런 얘길 해 온 사람이 아니다. 내가 그런 말 한다고 해서 돌아가신 부친이 살아오시겠냐. 네 인생이 달라지겠냐.."며 호통만 치는 남자의 아버지에게 여자는 "달라진다면 해주시겠습니까?"라며 다시 청해 보지만 남자의 아버지는 모른 척 돌아선다. 그런데 다음 날 "네가 원하는 말을 다른 말로 대신하면 안 되겠냐? 사느라 바빴다. 사느라 정신없어 다른 이들이 어떤 아이들의 아버지들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네가 딱 듣고 싶은 얘기도 입에서 안 떨어지고 다시 안 그러겠다는 얘기도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볼 때 누구 아버지로 보이긴 할 것 같다. 모자라니?"라며 조심스레 진심을 밝히는 장면이다. 독선과 독단의 모습으로 자식들과도 소통하지 못했던 남자의 아버지가 진심어린 여자의 부탁에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든 표현하려 했던 동화같은 장면이 펼쳐졌던 것이다. 듣고 싶은 말을 듣기 위해 용기를 낸 여자와 평생 하지 못했던 말을 하기 위해 용기를 낸 남자의 아버지를 보면서 가슴에 바람이 지나감을 느꼈던 것이다.
살면서 하고 싶은 말을 하거나, 듣고 싶은 말을 듣기 위한 용기를 내고 노력을 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관계맺기를 잘하기 위한 소통의 시작이라는 생각은 든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달라짐을 보았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 여자는 그 남자가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라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함께 잘 지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되는 지를 보는 내내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 '아이언 맨', 그 여자의 이야기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