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가진 엄마❞
✸구들짱
학생들에게 통념에 대한 교육을 하다 보니 나의 통념도 자연스레 점검하게 되었다. 통념 중에 '성폭력은 나와는 무관한 일이다.'라는 통념은 일상에서의 잘못된 행동들에 대해 스스로를 무감각하게 만드는 생각이기에 잘못되었다는 얘기를 남들에게 하면서도 정작 나는 피해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욕지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생각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초등학생 보호자 성폭력 두려움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서 나와 같은 엄마들이 많다는 사실에 위안이 되는 게 아니라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자녀의 가해가능성에 대한 항목에서 아들이 가해자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 전혀 불안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딸이 가해자가 될 가능성에 대해 불안해하는 결과가 아들보다 높게 나왔던 것이다. 물론 보도되는 사건들의 행위들이 사람이라면 할 수 없을 것 같은(괴물 같은) 것이기에 상상조차 하지 않고, 가해자가 될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배제하며, 구체적인 현실로 생각하지 않기에 자신의 아이가 괴물 같은 가해자가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도 힘들꺼라는 의견이 조사결과에 있었지만 그동안 현장에서 상담을 하면서도 아들이 가해자가 될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고려하지 않았던 내 모습에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아이가 아직 어리니까…, 엄마 말을 그래도 들으니까…'라며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가해자가 될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불안하고 두려웠기에 아들가진 엄마로서 내 아들만은 괴물 같은 가해자가 결코 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가해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으로 아이에게 불안감을 전달했어야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가해자가 될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한다는 건 지금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뭔지를 찾는 시작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할 것인지 찾는 것이야말로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일 것이다. 물론 그동안 나름의 대책이랍시고 했던, 남편이 아들에게 성교육을 하도록 둘만의 시간을 갖게 하는 것과 해지면 외출을 못하게 하는 것, PC방 출입을 표면적으로는 허용하지 않는 것, 컴퓨터를 거실에 놓고 이용내역을 확인하는 것, 휴대폰을 사주지 않는 것 등등 아이의 사생활을 통제했던 것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좀 더 컸던 것으로 이렇게라도 아이를 통제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했으나 마음 한 귀퉁이는 여전히 불편했다. 그동안 나만 아니면 되고, 내 아들은 다를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통념들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부터의 변화가 사회의 변화를, 세상의 변화를 위한 시작이 되기 위해서는 아들가진 엄마로서 더욱 책임이 크다는 생각에 마음은 무겁지만 마음을 다잡아 아들과 해야 하는 행동들이 뭔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해야겠다. 일상에서의 일들 중 하루에 한 가지만이라도 해야 하는 일을 하지 못한 것이 뭔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것은 뭔지…, 이렇게 하나하나 나눈다면,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아이도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세상의 변화를 위한 나의 변화를 아들과 함께 시작하려 한다.
(⁺출처: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개소기념 포럼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