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상담원❞
✸구들짱
퇴근하고 저녁을 준비하는 내게 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상담을 왜 하는 거야?" 아무생각 없이 "좋아서 하는 거야.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좋으니까."라고 말을 하면서 아이가 엄마의 일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궁금해져서 확인하니, 아이는 엄마가 집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한 번 해 본 얘기였는데 엄마는 하는 일을 좋아하고 할 일도 많아 보여 지금은 그만 둘 때가 아닌 것 같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아이는 예전과 달리 적극적인 엄마의 모습에 관심을 보였던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를 확인하기보다 '나는 왜 상담을 하는 거지?' 아이의 질문은 내게 꽂히고 말았다. 나는 아이가 7살 때부터 중학생인 지금까지 상담원으로서 내담자들을 만나고 있다. 처음 상담원이 되어서는 나를 상담 받고 싶은 마음이 대부분이었다면 차츰 상담원이라는 직업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상담의 가장 큰 수혜자가 그 누구도 아닌 나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른다. 상담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 봉사로 그치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상담을 하는 것이야말로 자기계발과 자기성장을 할 수 있는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나를 상담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이후 내담자들을 상담하게 되면서도 끊임없이 내 상담을 병행하는 등 내‧외부 안팎으로 슈퍼비전과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말이다. 내담자들의 모습이 다 내 모습으로 보였기에 그들을 통해 순간순간 나를 돌아보고 나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면서 내 삶에 여유가 생겼고, 그 여유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서 얼굴이 편안해졌다는 말까지 듣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지금껏 상담원으로서 일을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상담원이라면 어떻게 할지를 깊이 있게 생각하거나 고민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기에 아이의 질문이 내게 와서 꽂혔던 것이다.
상담원이라면 우선 측은지심을 가져야 하는 게 기본이라고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상담원이 되었을 때는 일로만 생각하고 마음을 담아야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금처럼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 상담이 된 후에야 내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는 역전이¹⁾가 되어 상담이 제대로 되지 못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은 나를 상담하면서 깨달은 것과 순간순간 감정의 변화를 알아채고 느끼면서 나를 알아가는 것 등 나부터 준비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으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 들어 더 많이 느끼고 있다. 내담자들이 내가 아닌 다른 상담원을 만난다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건 아닌가 싶은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상담하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 준비 없이 상담을 시작했던 그때와 달리 상담 전에 미리 예측가능한 일에 대해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 만큼 상담 후에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엄마가 상담원으로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아이의 눈에 엄마가 상담을 왜하는지 궁금해진 이때야말로 내게 꽂힌 아이의 질문을 다시 되돌려주는 시간을 가지면서 아이가 엄마를 제대로 알고, 보게 한다면 상담에 대해서, 상담원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알게 되는 기회를 갖지 않을까 싶다. 엄마가 상담원으로서 어떻게 사는지를 옆에서 지켜보고 아는 만큼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자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도 나는 상담원으로서 측은지심으로 내담자들을 대하고자 하는 당연한 마음가짐을 갖고 같은 것을 보지만 다르게 볼 수 있도록 한다면 그들은 충분히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상담소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1)역전이: 내담자가 부모나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지녔던 부정적 적대적 감정과 사고를 상담자에게 투사하는 전이현상을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보이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