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다른 이름인 '외도'❞
✸구들짱
상담을 하다보면 심심찮게 목격되는 것이 '외도'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내들의 모습이다. 물론 아내외도도 있지만 내가 만나는 이들의 다수는 아내들이다.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며, 가정에 충실하겠다는 결혼서약이 묻혀진 '외도'라는 이름은 아내들의 가슴에 배신감이라는 깊은 상처를 남긴다. 내 남자로 평생 옆에 있으며 나만 바라봐 줄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이 한 순간 시퍼렇게 멍이 들며 아내들은 분노의 감정에 휩싸여 남편을 원망하다가 결혼생활을 유지할 것인지, 접을 것인지를 선택하는 기로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렇게 상처가 되는 무책임한 '외도'는 왜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드라마 속 '외도'장면이나 낚시를 좋아하셨던 아버지께서 집을 비우시는 걸 보며 어린 마음에도 궁금했던 적이 있었기에 어머니께 아버지가 '외도'하지 않을 것을 어떻게 믿느냐고 여쭤 본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어머니께서는 "네 아버지는 결벽증이 있어서 절대 '외도'하지 않아."라고 자신 있게 말씀하셨다. 어디까지를 '외도'라고 생각하셨는지는 확인하진 않았지만 아마도 차 마시고, 얘기하고, 영화 보는 것은 '외도'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여기지 않으셨을까 싶다. 어찌됐든 어머니의 믿음대로라면 세상 모든 남자들이 다 '외도'하는 것은 아닌데 누군가는 왜 '외도'를 하는 것이며, 그 원인은 무엇인지를 상담을 통해 만난 '외도' 당사자의 얘기와 인터넷 자료들을 종합해 보니, 대부분이 아내로부터 외면당했다는 느낌 때문에 외도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에 지치고, 남녀의 性차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아내들은 육아에만 전념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 줄 알았지 결코 외면하려던 것이 아니었음을 항변한다. 그런데 그 당연함의 결과가 남편의 '외도'라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물론 여기서 당연함이란 아내 혼자만의 생각이긴 했어도 묵인된 것이라 여겼기에 당연함으로 가져갔을 뿐이라고 아내들은 말한다. 남편들 또한 외면당했다는 느낌으로 쉽게 다른 상대를 찾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는 깊이 생각해 볼 일일 것이다. 자신의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아내가 아닌 다른 상대를 찾아도 된다는 책임감 없는 행동이야말로 폭력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내들의 가장 큰 고통이 남편 얼굴을 보면 상대여자가 떠오르는 것임을 남편들은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럼에도 '외도'한 이유를 아내에게 전가하며 사과했고, 약속했으며, 지난 일이라는 이유로 아내의 감정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으려는 것 또한 폭력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아내 탓으로 돌리며 '외도'에 대한 정당성만을 찾는 것이야말로 폭력의 특성인 지속과 반복을 고집하는 모습으로 밖에는 의심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 단순한 실수가 아닌 잘못된 행동임을 조금이라도 인지한다면 이제라도 남편이 해야 하는 일은 바로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자세를 아내가 충분히 수용할 때까지 보여야 하는 것이며, 아내가 의심과 확인을 반복한다고 아내 탓을 하기 전에 아내의 믿음을 얻기 위한 작업을 하는 것, 그리고 폭력의 주기처럼 '외도'의 주기에 있어서 스스로 어떤 해답을 갖고 있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다. 또한 외면당했다는 느낌을 갖기 이전에 아내의 힘듦을 볼 줄 알고 챙겨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진정한 모습을 보일 때야 만이 아내의 믿음도 따라오는 것임을 아는 만큼 지금 해야 할 일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외도' 그 이름에 마침표를 찍으며, 새로 써야 하는 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