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기❞
✸구들짱
방학이 되어 아이의 친구들을 집에서 만날 기회가 생긴 어느 날 한 아이가 인사를 하는데 유독 눈빛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은 순간 어떻게 내 아이와 친구로 지내게 되었는지…, 잘 지내고 있는 건지…, 걱정스런 마음 밑바닥에는 '왠지…'라는 그 아이에 대한 선입견이 자리하였고, 아이들이 놀고 간 다음 곧바로 그 친구는 어떤 아이인지, 학교생활은 어떤지를 아이에게 물으며 "눈빛이 좀…"이라는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아이의 웃음이 터지며 쌍꺼풀수술을 한 후 저마다 "눈이 이상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한 순간, '에고, 내가 또 판단하고, 확인하려했구나'라는 생각이 나를 깨우며, 쑥스러움에 아이와 함께 한바탕 웃었던 적이 있었다. 예전의 나는 옳고 그름, 맞고 틀리고를 신념처럼 가지며 내 판단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기 위한 것들을 우선으로 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렇게 내 믿음의 칼을 함부로 휘두르다보니 상대방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결국은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던 경험을 하면서 옳고 그름은 나를 향한 도덕적 잣대로는 필요하지만 우리에게는 필요한 잣대가 아니라 분쟁의 씨앗이고 소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더 이상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기 위하여 생각이 끝도 없이 뻗어가려 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나의 생각에 제동을 거는 연습을 하기 시작하다 보니 차츰 내 맘대로의 생각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보게 되었다는 자부심도 갖게 되었는데…,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엄마다 보니 한순간 생각이 뻗어갔지만, 엄마니까 일부분은 필요한 것이지만 내 생각의 흐름을 안다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 친구를 향한 나의 잣대를 경험하면서 요즘 '집 밖을 나온 아이들'의 가슴 아픈 사건들을 보며 그 아이들이 누군가의 도움으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잣대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다시한번 자신들을 점검하고 행동에 옮겼더라면 하는 생각에 마음이 쓰였다. 평소의 나는 '집 밖을 나온 아이들'은 무조건 가정 내로 복귀시키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집을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그 아이만의 문제라고만 여겼던 생각이 더 컸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집 밖을 나온 아이들'의 57%가 가정폭력피해자라는 자료(출처: 여성가족부)를 접하고 내 생각이 얼마나 편협된 것인지를 통감하면서 집 밖에서 만나는 누군가들은 무조건 집으로 돌려보내기 전에 자신들의 생각이 맞는지부터 돌아보는 그 찰나의 시간들을 우리 모두가 갖는 연습을 한다면, 우리의 아이들이 조금 더 행복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또한 내 생각과 잣대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눈높이에서 충분한 교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불편한 얘기도 다 품어주는 눈길로 아이의 마음부터 다독이려 노력하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함께 찾으려 하며, 아이가 가야할 곳, 아이를 도와줄 곳이 어디인지를 먼저 챙겨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와의 교감이 힘들다면 그때는 과감히 내 선에서 무언가를 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나보다 더 잘 할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나 기관을 찾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라는 생각이다. 누군가는 나와 상관없다 여기는 마음, 귀찮다고 미루는 마음, 나만이 할 수 있고, 해야 된다는 마음에 스스로를 볶아댈 지도 모르겠지만 그 모든 마음들로부터 조금만 비껴나서 주위에 관심을 갖는다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찾게 될 것이며, 이로써 내 주변까지 따뜻해질 것이라 믿는다.
아이의 친구를 통해 언제나 과거로 쉽게 돌아가는 내 모습을 확인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과거의 나를 통한 현재의 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수확의 시간이었다고 여긴다. 나부터 달라지는 것이야말로 함께 사는 세상을 달라지게 하는 시작임을 알기에 우리의 아이들 세상을 위하여 오늘도 나를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