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16』
애오라지
사람마다 응답해주었으면 하는 추억의 시절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추억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의 뜻을 가지며, 비슷한 말에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있다. 그 그리움 때문인지 『응답하다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는지 모르겠다. 내 친구들은 학창시절과 그 당시 굉장히 좋아했던 가수가 나왔던 『응답하다 1997』이 방영되었을 때 자신의 SNS에 드라마에서 나왔던 그 당시의 물건, 유행했던 노래 등에 공감하는 인증사진과 감상에 젖은 글 들을 게시하며 즐거워했다. 나는 그때보다 잘 생각도 안 나는 얼마 전 종영한 『응답하라 1988』에 더 공감하며, 통장에 입출금이 될 때마다 찍히던 도장과 네모난 시멘트 쓰레기통 그리고 사자 고리가 달린 철 대문이 새록새록 생각나 너무 너무 반가웠고, 반가운 마음은 나를 미소 짓게 하면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이처럼 추억이라는 것은 나의 좋았던 시절을 되돌려 그때의 그 기분을 다시 만끽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스스로 추억을 되돌아보며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왜 나는.. 그리고 사람들은 추억 속으로 되돌아가는 것일까? 그 기분을 다시 느껴보려는 이유라면, 그 이유를 만든 원인이 궁금해졌다.
현재를 잘 살기 위해 추억을 에너지 삼기 위함인지, 현재가 만족스럽지 못해 그때로 돌아갔으면 하는 후회의 바람인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전자이면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내가 살아가는 것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후자이면 내가 지금 어떠한 상황인지 살펴봐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지금의 나를 과거의 좋았던 때로 돌아가게 만드는지를 스스로 알면 나에게 현재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충분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어 현재의 나에게 적용하면 앞으로 사는데 있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내가 만나는 내담자들 대부분이 지금 자신의 삶(처지, 입장 등)을 후회하며 좋았던 과거의 자신을 붙들고 놓지 않아 현재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추억이 후회가 된 적이 있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 마음이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 -과거를 살 수도 없고, 현재도 살 수 없는 굉장히 괴로운 상황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되는 것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시간은 가고 있는데 나는 움직이지 않고 멈춰있는 상태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멈춰있는 상태가 길면 길수록 현재로 다시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다는 생각과 그런 괴로운 상황을 겪으면서 죽지 않는 이상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후회해봤자 나에게 이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으로 그 고리를 끊고 나온 나로써, 그런 모습의 내담자들이 현재를 잘 살 수 있도록 현재 자신이 가진 것에 집중하여 장점을 찾고 단점은 보완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그렇게 했더니 지금 자신이 가진 장점에 대해 생각하며, 내담자들이 그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는 반응으로 조금씩 얼굴표정이 밝아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뿌듯한 마음이 들면서 내담자들이 더 많이 행복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추억은 추억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의 내가 그런 추억들은 경험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으로, 앞으로의 나를 위해 지금을 추억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한다면 연결되어있는 과거-현재-미래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뿐만이 아니라 내 앞의 상대방을 위한 옳은 선택이 무엇인지, 행복하기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조금만 더 고민하고 그 상대방과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본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 새해가 되었다. 내년 2017년에 내가 올해로 돌아가고 싶다고 후회할지, 앞으로의 에너지로 삼을지는 나만이 결정할 수 있다. 나에게 행복을 응답하는 2016년이 되기 위해서 모든 사람들이 지금을 잘 꾸려나가기를 바라며, 나부터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