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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그라미] ❝참을 수 없는 불편함❞

작성자mumiai|작성시간17.03.22|조회수40 목록 댓글 0

 참을 수 없는 불편함

구들짱


나에게 밥과 빵 중 어느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단연 빵이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좋아하는 빵을 먹는 것에 대해 망설일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다. 동료가 P사 빵집에서 빵을 사왔고 그중 하나는 냉동과 해동을 반복한 듯 물이 나오고 부석거리는 느낌이었지만 동료가 사가지고 온 마음을 헤아려 한 입에 털어 넣고 나서, 다른 동료가 선택한 빵은 먹을 만했는지를 물어보니, 나와 같이 물이 나오며 부석거렸음에도 그냥 먹었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는 그냥 넘어가려 했다. 그런데 다른 빵을 먹으려던 동료가 노랗기만 한 빵에 박혀있는 푸른 점을 발견하고 무엇으로 보이는지 물어보는 순간 그동안 나를 실망시켰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며 매장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P사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주변에 유일하게 있는 빵집이라 그간 문턱이 닳도록 이용한 곳이었는데 지금처럼 만큼 이용할 수 없을 것 같은 안타까움에 화가 났다.

그동안에도 종종 제조일자가 적혀 있지 않은 빵의 경우,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실망감(갓 구운 빵이 아닌듯한 뿌석함)이 있었기에 제조일자가 적힌 빵만 사는 것으로 내 나름 합의를 보고 이용했었는데 곰팡이까지 발견하고 보니 나 혼자 참는 것으로 묻어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을 내 아이가 덥석 먹었을 것을 생각하면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은 물론 그동안 남편과 아들이 배탈 났던 것이 이 빵들 때문은 아니었나 싶은 생각에 더더욱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여겼기에 동료가 P사 고객센터에 매장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을 지켜보고 재차 관리방법을 확인함으로써 당장 매장에 가서 점검하겠다는 답변을 들었음에도 여전히 믿음을 가질 수 없는 건 동네 매장주인 때문이 아니라 매장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P사에 대한 배신감이 컸던 것이다.

그런데 P사의 이미지를 보고 이용했던 마음에 생긴 불신은 B여객 마을버스에서 작은 사고를 당하고 관리자와 통화하면서 분노로 바뀌었다. B여객 관계자에게 마을버스 맨 뒤에 앉아 있다가 앞차만 쫓아오다 경로 이탈한 마을버스가 후진을 하다 화단을 박으며 온몸으로 충격을 받게 된 사고경위를 설명하는데 들었던 첫마디는 "교통사고라고 할 수 없겠는데요."였다. 작은 사고라지만 불편했다는 고객의 안부를 묻기는커녕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를 버스기사와 통화하며 확인할 수 있었다. 버스기사는 무조건 "죄송하다, 책임지겠다, 모든 책임은 자신이 져야한다."며 회사에서 기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을 호소하기에 다시 통화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올라오는 화를 참을 수가 없어서 지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달라지게 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으나 뾰족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회사를 대표하는 관계자가 고객의 안전을 헤아리기에 앞서 버스기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데 급급한 모습으로 기관에 대한 불만을 개인에 대한 불만으로 축소시키려는 모습을 보면서도 버스기사에게 혹시라도 또 다른 불이익이 돌아갈까 싶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시간까지 내서 안전을 위한 조치가 제대로 되어지기를 바랬던 마음이 책임전가의 모습으로 외면당하며 지금도 그 상한 마음 때문에 아주 많이 불편하다.

그동안의 나는 귀찮다는 이유로, 참을 만 하다는 이유로,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나설 것이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불편함을 감수하는 선택을 했지만 이것이야말로 관계자들을 무감각하게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여전히 그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에 앞으로 나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위생과 안전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목소리를 낼 것이다. 그렇게 변화의 시작은 나로부터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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