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구들짱
얼마 전 '가벼운 성범죄자 신상정보 제외'라는 제목의 인터넷 기사를 보면서 순간 가슴에서 불뚝거리는 뭔가가 치밀어 오르는 경험을 했다. 법무부에서 발표한 내용은 "비교적 위험성이 낮은 성범죄자에 대해 성공적인 사회재통합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으며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는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여성과 아동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그 내용을 보는 순간 지금까지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상담원으로서 만났던 피해자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그 중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면서도 어릴 적 피해 후유증으로 인하여 여전히 남편과의 관계 맺기를 힘들어 했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와 비슷한 모습의 사람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하며 순식간에 피해 당시의 시간에서 멈춰지는 고통으로 힘들어 했던 이들, 집으로 가는 길에 입었던 피해 때문에 가장 즐겁고 신나야 할 집으로 가는 길이 두렵고 불안한 길이 되어 힘들어했던 이들뿐만 아니라 공공장소에서의 피해 때문에 외출을 두려워하게 되다 보니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워하던 수많은 이들을 보면서 성범죄피해자들의 고통이야말로 그 경중을 따져서도, 따질 수도 없는 것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성범죄의 경중을 가리는 것이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신상정보 등록제도는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국가가 등록·관리하는 제도로 신상정보 공개·고지제도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는 여성가족부에서 공개 및 고지가 집행되어 성범죄자의 사진,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및 실제거주지, 직업 및 직장 등의 소재지, 신체정보(키와 몸무게), 소유차량의 등록번호 등을 그 내용으로 하며, 등록기간은 등록일로부터 20년간이 되기 때문에 짧지 않은 기간으로서 성범죄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제출정보 또는 변경정보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정보를 제출하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는 제도이다. 이뿐만 아니라 성범죄자 신상정보등록제도의 대상이 된 자는 형 집행을 종료하거나 그 집행이 유예 또는 면제된 날로부터 10년간 아동 및 청소년 관련기관 등을 운영하거나 취업을 할 수 없게 되는 취업제한 조치도 받게 된다. 즉, 학교, 유치원, 학원, 교습소, 개인과외교습자 등은 물론이며, 어린이집, 아동복지시설 및 체육시설, 경비업 법인, 일반 PC방, 멀티방, 오락실 및 노래방 등 이밖에 기타 다양한 곳에 취업을 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을 받도록 함으로써 성범죄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함이 목적인 제도이다. 그런데 성범죄의 경중을 가려 등록기간을 조정하겠다는 것이야말로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성범죄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피해자들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는 단기, 장기적인 피해후유증을 최소화하여 일상으로의 회복을 돕고자함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신뢰할 수 없기에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자신을 헤집고 있을지도 모를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쓰리다.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용기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지켜보는 따뜻한 관심과 지지가 보여져야 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피해이기에 도움을 통해 충분히 일상으로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성범죄자의 제대로 된 처벌과 재범방지를 위한 대책들이며 이것이야말로 피해자의 불안과 불신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안전한 사회 안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하여 피해예방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여성과 아동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다는 대책들이 힘이 되기보다 무겁게 어깨를 누르며 가슴을 답답하게만 하는 현실에 큰 소리로 외치게 된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