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있는 사람이 되자 - 30호

작성자행가래로|작성시간12.02.14|조회수11 목록 댓글 0

'끼'있는 사람이 되자

 

 

2004년 7월 최영수 소장

 

 

  사물놀이 공연이 시작되면 나는 리듬에 따라 슬슬 움직이다가 어느새 빨려들어 신명나게 함께 클라이맥스에 오르면서 그들이 멈출 때 나도 마치 충분한 휴식 후에 느끼는 것 같은 '시원함'을 만끽한다. 이럴 때마다 나는 그런 기분을 자주 가지고 싶고 그렇게 신명나게 한 판 하고 싶은 욕구가 강렬하게 샘솟아 몸이 들썩거림을 느낀다. 그리곤 즉각 '나는 무엇으로 신명난 한 판을 벌일 것인가?'로 탐색에 빠진다. 가끔 혼자서 가곡을 소리내어 불러보기도 했지만 배에서 나오는 소리의 시원함을 느낄 수 없었다. 또 한 번은 새벽까지 혼자 조용히 클래식 기타에 빠져 베란다에서 연주를 해보기도 했지만 빠른 템포에 따른 손놀림을 배우느라 음악을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너무 자주 생기다 보니 이것도 아니었다. 가야금을 만지면서 나는 처음으로 내 몸이 그 소리에 공명함을 알았다.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 나는 나도 모르게 내 몸과 하나되는 신명남을 느끼게 되었다. '어우러진다'는 것이 '함께 소리를 내는 것=공명(共鳴)'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내 몸과 함께 소리를 내는 것을 익히지 못 해 무척 아쉽다. 모임에서는 박수부대로 분위기를 따르는 정도일 뿐 함께 신나게 놀 줄 아는 꺼리가 준비되어 있지 못한 내가 많이 부끄럽다.

 

  이런 내 모습뿐만 아니라 반듯하게 늘 주어진 일을 개미처럼 열심히 하는 모습을 접할 때에도 많이 안타깝다. 우리의 하루도 크게 나누면 놀고, 자고, 일하는 것으로 3등분할 수 있는데 그들도 놀이의 신명 끝에 느끼는 '시원함'을 가진다면 더욱 신나게 살아갈 수 있을텐데....

 

  모임에서 자신의 끼를 잘 발휘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이들은 늘 싱글싱글 웃는 얼굴이다. 평소에도 장난을 준비하는 이들은 보통 긍정적인 사고의 소유자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끼를 발휘하는 순간의 망가짐을 두려워 않음을 본다. 아마도 이들은 자신의 몸도, 마음도 늘 열려 있어서 자신은 물론 누구하고도 쉽게 접촉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분위기도 쉽게 띄우고 리드를 잘 하는 것 같다. 가만큼 이들은 적극적이고 독창적이다. 특히 즐겁고 신나게 지내는 것에 관한 한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들처럼 숨어있는 내 안의 끼를 찾아서 나도 내 주위도 함께 신나게 살고 싶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는 21세기에는 저마다의 '끼'가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제일의 덕목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 모두 스스로 주체가 되어서 적극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나만의 끼'를 찾아내어 익히자. 모두들 보다 확실한 신명나는 삶의 보증수표를 가지게 될 것이다. <행가래로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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