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의지”로 만드는 시간들
2005년 11월 최영수 소장
나는 내 건강을 염려하는 남편의 배려로 일찍이 차를 끌게 되었다. 사실, 나는 환경에 관심이 많아 대기오염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중고차를 선택 한다. 그리고 그 차는 내게 온 순간부터 나보다 결코 나은 모습을 한 적이 없다. 왜? 내가 차 때문에 힘 드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즉, 내가 차 닦는 일을 게을리 함을 의미한다. 중고차에 청소도 않으면서 나는 운전기사로서의 당당함만으로 동행을 잘도 타게 했던 것 같다. 차의 입장에선 덤이 주어지는 것인데.
차를 타고 가는 데의 동행은 각 좌석의 위치에 따라 의무가 다르다. 아무리 덤이라 해도 기사는 동행들을 목적지까지 잘 데려다 줄 의무가 있고, 조수석에 앉은 자는 기사를 돕는 일에 열심이어야 하는 등 기사를 방해하는 일을 누구도 해선 안 되는 의무가 있다. 다시 말하면, 기사가 동행자를 ‘배려’하고, 동행자는 기사에게 ‘감사’하는 오고 가는 사랑덕분에 그렇게 충실하게 의무가 이행될 수 있으며, 동행들은 목적지까지 편안하고 즐겁게 도착할 권리를 누릴 수 있겠다.
이렇게 기사는 모든 동행들을 안착시키기 위해 지금 당장은 운전을 하는 괴로움을 사랑이란 약으로 극복을 하면서 즐거움을 나중에 갖도록 자제하며 운전을 하고 있다. 기사를 비롯해 동승한 사람들 모두는 자신의 선택으로 동승에 대한 책임을 지고, 또한, 만일의 사태에도 자신들이 책임질 것이라는 묵시적인 약속이 내재되어 있기에 기사도 동행자들도 편하게 동승한다고 본다.‘믿음’이란 사랑의 약으로 맺어진 잠깐의 동행인 셈이다. 이러한 믿음은‘진실에의 헌신’즉,‘적극적 수용’이기에 기사나 동행들이 너무도 쉽게 동승을 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타는 순간에 기사나 동행들은 누가 어디에 탈 것인지를 부지불식간에 정한다. 누구누구는 조수석에, 뒷좌석에…이렇게 어느 새 서로의 균형을 맞추곤 한다. 이것도‘배려’라는 사랑의 약이라고 믿는다.
고교 졸업 후 40년 만에 재상봉을 한 친구들의 얘기를 한데 묶으니,“인생은 괴로운 것이다. 많은 시련과 유혹을 이겨내는 과정이고 극복의 시간이다. 또한, 인간은 외로운 존재다. 그 시간을 자기를 위한 투자시간으로 바꿀 때 내가 세상에서 무언가를 이룬다. 마지막으로 실패를 성공적인 실패로 마무리 하는 기술을 가르치자.”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들의 결론처럼‘삶은 고해다’는 말은 만고진리다. 그러나 이를 수용하는 순간 삶의 문제와 고통에 직면하는 용기라는 사랑이 주어지기 때문에 더 이상 삶은 고해가 아니다. 또한, 인간은 외롭기에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스스로를 책임짐은 물론, 진실 자체로 만들 수가 있고, 나아가 성공보다 실패를 더 많이 하는 우리 인생이니까 신체적․정신적 균형을 맞춤으로써 자신에 대한 배려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저무는 2005년의 말미에서 느끼는 성공보다 더 많은 실패들을‘자기사랑’으로써‘성공한 실패’로 잘 마무리를 해야 하겠다.
인생은 사랑의 의지로 우리가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행가래로 4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