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태양을 품자 - 45호

작성자행가래로|작성시간12.02.20|조회수8 목록 댓글 0

가슴에 태양을 품자

 

 

2005년 12월 최영수 소장

 

  요사이 날씨가 매섭게 추워서 ‘춥다’를 입에 달고 사는 나를 보면서 몇 가지를 느낀다. 그 중에 하나는 ‘너도 벌써 안 춥게 사는데 익숙해졌구나.’하는 것이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면서 추위를 이기려 하던 씩씩하고 젊던 마음자리가 어느 새 바뀌어 있음을 알았다. 나이를 먹으며 적당히 편하고 싶고 그래서 스스로를 담요로 싸면서 추위에 울타리 치려는 마음이 더 급해하는 나를 본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나를 두리번거린다. 나이를 먹으면 귀도, 눈도, 기억력도 더 나빠지는데……이런 상황을 그대로 수용해서 적당히 모자라는 모습으로 세상과 친해가야 하는지……아니면 보청기에, 돋보기에, 암산연습으로 중무장을 해서라도 굳세게 세상과 당당하게 맞서 겨루어야 하는지……양수 겹장이 가능한지……

 

  또 다른 하나는 태양 에너지의 위력에 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눈이 땅바닥을 비질하듯 세찬 바람에 쓸려 다닐 정도로 그렇게 추운 날씨인데도 태양이 비치는 곳에 있는 눈이나 얼음은 반드시 녹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태양은 정직하게 변함없이 할 수 있는지……나는 태양만한 강렬함은 비록 없지만 ‘양지’라는 지속적인 분명함을 지니고 싶은 마음에 태양이 상당히 부럽다. 그러면서 나는 바람과 싸워 해님이 이김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화 속이야기로만 기억하는 나를 본다. 나이를 먹으면서 예쁜 주름살을 바라고 있는 나를 좋아한다. 머리 염색을 채근하는 가족들 옆에서 하루 빨리 머리가 한 가지 색으로 하얗게 되기를 바라는 나를 편해한다. 세월을 의식해 엉거주춤 서 있는 나를 불편해한다. ‘좋은 마음’이라는 샘에서 열심히 퍼 올리다 힘들어하는 나를 안쓰러워한다. 이제 조금 보인다. 그러나 에너지가 충분치 않은 나를 아파한다. 좋은 마음이란 샘을 태양 에너지로 바꾸자. 차가운 머리가 바람이라면 좋은 마음은 해님으로 할 수 있겠다. 실제로 해님이 이기는 게임을 하고 싶은 나를 보듬는다.

 

  묵은해가 며칠이면 진다. 돌아보면 세월을 잃은 것 같은데, 시간은 내 안에 순간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아니, 세월도 잃은 것은 아니다. 지금의 내 모습 모두가 잃어버린 세월의 자국이란 거죽들이고, 반면에 생생한 순간들은 가슴이 다 기록하고 있어 언제라도 클릭 하는 순간, 그 때 내 가슴의 심장소리를 들려준다. 어쩌면 이 심장소리 때문에 내가 지금껏 살아 온 것은 아닌가 싶다. 아마도 이러한 순간이 모여 시간이 되고 시간이 하루가, 일 년이, 나의 삶이 되는데, 정확히 말하면 내가 예정한대로의 인생그라프인 셈이다. 신이 볼 때는 찰나에 불과한 삶 일터인데. 그래서 때때로 내게 하루살이 마냥 순간이 목숨으로 여겨지는가 보다. 목숨 같은 순간을 정말 잘 살아내려는 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누군가 인생은 문제와 고통에 직면하는 것이라고 한다. 대개는 이 말에 겉으로는 동의하면서, 내심으로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기를 간절한 기도로 염원하리라고 본다. 그런데 우리는 평소에 운동경기를 관전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정면 돌파만이 문제해결의 열쇠임을 익히 보아왔다. 이처럼 괜찮은 감독을 만나 직면할 용기를 갖게 된다면 우리네 삶이 모든 성장통(탄생~죽음의 과정)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우리 모두가 각 자의 좋은 마음을 괜찮은 감독으로 삼자. 그리고 그 좋은 마음에 태양을 쪼이자. 그래서 뜨거운 후의 시원함을 기대하며 지금의 뜨거움을 참고, 자초한 책임으로 그 뜨거움을 진솔하게 겪어내고, 그 뜨거움 때문에 찬 것을 기억해내는 나의 감각으로 이 순간의 나를 담금질 하자.

 

  새해에는 우리 모두 성장을 향해 가슴에 태양을 품자. <행가래로 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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