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양심화로'를 뒤적여 불씨를 키우자
2006년 1월 최영수 소장
우리들 대부분은 입을 열면 사실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그 사실들은 '맞냐? 틀리냐?' 아니면 '진짜? 가짜?' 만을 확인하느라 열을 내고 때로는 사생결단으로 폭력으로까지 치닫는다. 더구나 인터넷을 통해 관심있는 자들의 욕구 충족을 위해 엄청난 양의 정보교환이 동시에 가능한 세상이 된 요즈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듯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논쟁을 일삼고 끝내는 태도들을 보면서 우리의 알권리는 여기까지로 충분한지... 지난 역사도 재조명을 받아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보면, 우리가 잘 안다고 자부하는 진실조차 때로는 힘있는 자의 편이라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진실이란 말을 쉽게 써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한편, 우리의 알권리는 어쩌면 진실이라고 말하는 자의 의도-배경은 물론 자신의 전문성을 모두 내걸음으로써 듣는 자가 자신의 머리로 의심스러운 부분을 해결하고 스스로 생각해서 얻은 나름대로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때 충족되지 않을까 고개를 갸웃거려 보기도 한다. 그리고 흑백논리 외에 다양한 시각의 부존재에서 '전문가적 양심'도 기다려 진다. 다양한 시각을 아울러서 득실을 짚어보는 언론매체도, 통합적인 시각을 가진, 그래서 성숙한 논쟁을 선도하는 그룹도 많이 고대한다.
사회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와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사실 확인에만 급급하고 서로의 밥그릇 싸움처럼 치열함으로 몰고 감으로써 누군가가 내린 결론을 강요받듯이 선택해서 따라 가야함이 때로는 너무도 당황스럽다. 이렇듯 인터넷이란 익명의 바다에서 '절대적 진실에의 추구(양심)'보다는 상대적으로 표면화된 각자의 진실에 매달려 사는 우리네 삶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마도 고속정보화시대상으로 적나라하게 경험하다보니 '모른다'는 말이나 '궁금하다'는 말을 나처럼 다른 이들도 쉽게 할 수 없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많은 정보바다 가운데에서도 자신만만하게 정보를 고르기는 커녕 궁금증만 더해지던데.... 왜냐하면 모른다는 말을 꺼내기 무섭게 모두가 전문가가 되어 내게 설명을 해주는데 나는 신뢰가 가지를 않고, 배경이 궁금한데 모두들 자신들의 추론을 얘기해주니 의심스런 부분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수용하고 어떤 선택을 강요받는 기분이 들 때는 나 스스로 상당히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이제 선진국 진입을 돈으로 서두를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끌어안는 성숙한 토론문화를 화두로 삼았으면...... 거의 대부분의 일에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그 모든 시각들을 다 열거하면서 다양한 시각의 손익계산도 하면서 각각의 보다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얻어진 대안으로 조각이불을 꿰매듯 이리저리 맞추어 보는 녹임의 시간들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왜? 우리 인간들에게는 따뜻한 마음이 있고, 어려서부터 쌓아둔 죄의식뭉치를 불태우는 '정직'이란 양심이 있으니까.
이제 각자의 비밀의 공간에 있는 '아무개 양심 화로'의 불씨를 뒤적여 늘 타오르게 하자. 그래서 모두들 동화 속 '벌거벗은 임금님'의 아이 눈으로 세상을 수용하기를 새해 벽두에 기도한다. 정말 올해는 서로의 모자람을, 아픔을 먼저 보듬어주는 세상을 만들기 바란다. <행가래로 4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