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코로 재는 나 - 50호

작성자행가래로|작성시간12.02.22|조회수15 목록 댓글 0

 

하늘을 코로 재는 나

 

 

2006년 5월 최영수 소장

 

 

  나는 자존심이 하늘이다. 그래서 나는 하늘만큼 높은데서 산다. 남들은 땅에 발을 딛고 열심히 사는데, 하늘에서 살면 어떻게 하냐며 땅에 발을 디디라며 나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 편이다. 그렇게 부족한 자신을 잘 아는 덕인지 나는 남들과는 크게 자존심으로 다투는 일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가족 간에는 목숨처럼 고수하는 때도 많다. 친정 동생들 앞에서는 누나로서 한 치의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는 믿음에 목숨을 걸고 있는 나를 보면서 어찌 보면 스스로도 고단한 생활을 선택하고 있는 유연하지 못한 자존심이란 목젖에 걸려 있는 운명을 본다. 누나이기에 커다란 느티나무처럼 동생들에게 편안한 그늘도 되어야 하고 누나이기에 그들의 길에 디딤돌이 못 되면 최소한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되기에 더욱 처신을 반듯하게 해야 하고 또한 누나란 만큼 더 살았기에 생활의 지혜는 물론 보다 더 넓게 보는 시야를 갖도록 평소에 노력을 해서 그들이 의논을 요구할 때 적절한 답을 준비해야 하며 그들의 말 못할 고민도 넌지시 헤아려서 좋은 시각을 지니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굳세게 믿고 있다. 이는 어려서 나의 한 부분을 그렇게 분재한 부모님 덕분이다. 그래서 나는 잘 살고 출세한 동생들 곁에 적당히 붙어서 누나란 이름을 들먹이면 결코 외면 않을 착한 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든 분배에서 나의 능력의 기울기로 계산 않는 드센 자존심이 있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배웠던 기억이 있는 한 배려엔 배려로 반드시 갚아야만 직성이 풀리고 기대 또한 만만치가 않다. 어쩌면 이렇게 우리부부는 우리만의 남다른 부부애를 키워가는 지도 모르겠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란 우리 아이들은 성인식을 마치자마자 마치 신이 되어버린 양 하늘같은 자존심의 대가들의 모습을 하고 있음에 많이도 당황하고 놀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내 코는 하늘을 향해 있는 채 여전히 하늘을 우러르며 짝사랑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나의 작은 소망은 흙으로 지은 집 한 채를 갖기 원하며 그 집 속에서 땅의 기운으로 내 건강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같이 자존심이 하늘이라고 나는 믿는다. 하늘만큼 높은 그 공간을 나처럼 꿈같은 이야기로 채우며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울기도 허탈해 하기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다양한 물질로 채우기도 하면서 그것의 질과 양을 남들에게 과시하면서 허탈해 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교하며 절망에 빠지기도 하리라고 생각된다. 결국 하늘같은 자존심은 내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내 껍데기랑 속에 있는 나랑 친구함을 통해 자존감을 키워가야 한다. 하늘만큼 내 자존감이 닿는다면 분명 많은 사람에게 자신 있게 나를 드러내고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코 높이는 성형으로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처럼. <행가래로 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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