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에 실어 보내는 상념들 - 54호

작성자행가래로|작성시간12.02.27|조회수10 목록 댓글 0

가을 바람에 실어 보내는 상념들

 

 

 

 

2006년 9월 최영수 소장

 

 

 

  어느 새 아침 바람이 소슬하니 싱그럽다.

 

  올해의 결실을 기다리는 벌여 놓은 사업들과 씨름하느라 바쁜 마음뿐. 풍성한 계절의 여유로움을 따라가지 못하는 안타까움, 저 세상 간지 1주년이 되어오는 이 실장을 비롯하여 상담소와 함께 한 동료들 생각 또한, 마음 한 켠에서 나를 외롭게 한다.

 

  상담에 관심을 가진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아픔을 일상생활 속에서 유난히 잘 기억하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을 보고 ‘좋은 일 하고 있다’고 아주 쉽고 편하게 칭찬을 해 주며, 듣는 이들 또한 당연하다는 듯이 ‘보람은 있어요’라고 답을 한다. 어쩌면 그들의 힘은 마치 동쪽으로 기운 나무가 그쪽으로 구부러지는 모양새로 자연스레 나오는 것이 정녕 팔자로 하는 것은 아닐까 혼자 인정을 해 보기도 한다. 정말 제대로 상담을 하기 위해 그들은 본능적으로 기억되는 그런 아픔을 극복함은 물론, 그럴 때마다 자신의 한계와 늘 싸워야 하기에 상담봉사가 마냥 쉽지만은 않다고 나는 평소에 생각하며 스스로도 늘 긴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무심중에 나는 그들에게 개인적인 배려를 하느라 소장으로서 공적인 관계를 접는 일이 자주 있는 편이다. 어쩌면 20년 가까이 상담봉사란 일에 매달리면서 나를 포함하여 보다 편안한 얼굴 모습들과 함께 하고 싶은 염원이 지극한 탓으로 더욱 더 외로워진 나를 아직도 풀어놓지 못함으로 여겨져 이 아침이 더욱 소슬하니 소름 돋는 외로움에 겨워하는지도 모르겠다.

 

  상담소를 개소한지 5년이 넘어가고 있건만 나는 여전히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해엔가 일을 열심히 도와주며 일에 대한 충고를 마다않는 친구에게 ‘나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처음으로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친구가 내 말에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내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친구라면서 왜 놀라는지…’ 나는 더욱 외롭고 서운해질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나는 그 친구말대로 그런 생각에 매여 『지금』을 놓치고 있는 나를 본다. 정말 나는 그런 사람을 기다리며 가슴이 아리도록 서운함에 언제까지 머물러 있으려는지…

 

  일전에 ‘나는 무엇으로 봉사하는가?’라고 후배들 앞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1) 봉사는 순간의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시작합니다.

 

  2) 봉사자에게 먼저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3) 봉사는 나의 비어 있는 그림 조각이 보여야 나누어집니다.

 

  4) 봉사는 봉사자끼리도 통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봉사입니다.

 

  이렇게 나 스스로 본이 된다면 언젠가는 그런 사람을 만나는 행복을 누릴 거라 믿으며 나란 초를 잘 태우려 바장인다. 촛농도, 심지도 안 남도록 하고 싶은 마음 또한 간절하다. 그 모든 에너지를 이 가을 아침에 얻을 수 있기를 더욱 희구한다.

 

  결실의 가을을 맞아 보다 많은 이들이 순간의 행복을 느끼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들 중의 보다 많은 이들이 나눔에 동참하여 자신들의 여유로움이 주는 행복의 성에 보다 더 오래 머물기 바라는 마음을 소슬한 아침 가을바람에 실어 보낸다. <행가래로 54호>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