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 닮은 자기사랑 - 61호

작성자행가래로|작성시간12.03.06|조회수43 목록 댓글 0

옹달샘 닮은 자기사랑

 

 

 

 

2007년 5월 최영수 소장

 

 

  내가 생각하는 숲속의 옹달샘은 숲 그늘에 살짝 숨어 있으면서 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을 품기도 내 주기도 한다. 그렇게 옹달샘은 내 손을 잡아끈다. 세속에서 힘들고 지친 자들을 보듬어 주려는 듯 그렇게 옹달샘은 나를 머물게 한다. 그리곤 내게 맑은 물 한 모금을 건네준다. 한 번 더 먹고 싶은 유혹조차 물리치게 하는 아주 따뜻한 옹달샘이다. 분수 넘칠 짓을 할 경우 아예 비워버리기도 하는 전설의 계영배(戒盈杯)처럼 될 수도 있기에 그만큼 정갈한 옹달샘이다. 그래서 목마른 자들로 하여금 조심스러움으로 예를 갖추게 하는 그런 옹달샘이다.

 

  내 가까이 있는 사랑쟁이 옹달샘 그녀는 육순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한 앳된 소녀 의 모습이다. 지극한 신앙인으로 성경말씀을 말없이 실천하려 애쓰는 이다. 그녀의 사랑은 마치 숲속의 옹달샘 같다. 사랑쟁이 옹달샘 그녀는 옹달샘에 쫄쫄 계속 고이는 물처럼 사람에 대한 믿음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다. 한편, 적당히 차면 물을 살살 흘려보내듯 상대에 대한 지원을 열과 성으로 무장을 한 채 꾸준히 상대에게 펼쳐 보인다. 열을 낼 때의 그녀 모습은 마치 숲 그늘에 숨어서 그늘진 하늘만 보며 가슴앓이 하지 말고 숲을 벗어나 시원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릴 수 있는 용기를 내라고 앞장 서 채근하는 것 같다. 그리고 성을 다할 때의 그녀는 힘들고 지친 상대를 따뜻이 보듬어 주어 어느 새 상대의 마음을 순화시켜주곤 한다. 게다가 사랑쟁이 옹달샘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실천할 때는 분명한 말과 태도로 상대가 느끼는 조그마한 부담도 직면한다. 그래서 목마른 자들은 그녀의 옹달샘 한 바가지 사랑으로 충분하다고 느끼며 행복해 한다.

 

  그녀처럼 정갈함이 주는 깍쟁이 사랑에 야속함보다는 따스함이 더 느껴지는 이 야릇함! 부담을 직면할 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어디서나 되는 능력은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많이 부럽다. 사랑쟁이 옹달샘 그녀가 부담스러움을 바로 말할 수 있음은 말 자체로 끝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의사를 표현할 때 솔직담백하다보니 아주 적절한 단어의 사용으로 군더더기가 없고 또한 말 전달 시에 듣는 상대가 감정의 찌꺼기 같은 것들을 전혀 느낄 수가 없음이 도드라져 그렇게 느껴진다.

 

  이는 옹달샘이 자기조절로 물의 양을 지키듯 자신의 생각을 품을 것은 품고 버릴 것은 버릴 줄 아는 분명하고 과감한 선택이 가능한 까닭이라고 믿어진다.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 생각의 수위조절을 정확하게 잘 하는 덕으로 부담에의 직면이 자유롭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상대로부터 느끼는 부담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내가 상대를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지, 상대가 그렇게 느끼라고 한 것은 아니기에, 다시 돌려 생각하면 금방 ‘바로 내 탓’임을 인정할 수가 있다. 그 말은 자신의 모습과 직면을 잘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과 상대를 잘 볼 줄 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상대와 다른 생각, 나 혼자만의 생각 즉, 생각도둑에 자신을 맡긴 채로 되레 큰소리치며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일전에 어느 절 입구에 ‘생각도둑을 잡으시오.’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나는 문득 깨달았다. 우리가 아는 만큼 보는 만큼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머리를 굴리고 눈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상황과 사실들을 내가 아는 대로 내가 본대로 꿰어 맞추느라 바쁜지를. 그리고 내 예상대로 되지 않으면 불같이 버럭 화를 내거나 상대를 외면하는 것을 능사로 하는지를. 이렇게 우리 대부분은 생각도둑이 끊임없이 우리를 갉아 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자각 않고 지내는 어리석음에 많은 시간을 당연히 할애하고 살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요사이 민방위 교육 시간에 ‘성에 대한 이해’를 강의하면서 자위횟수는 옹달샘이론에 맞추어 들어오는 만큼만 퍼내면 된다고 설명을 해주곤 한다. 자위의 짜릿함은 맛에의 탐닉으로 연결되어 옹달샘의 물처럼 자기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항상 솟구치는 옹달샘도 지나치게 퍼내버리면 샘 자체가 말라버린다. 육체적 사랑의 자기조절도 이리 어려운데 하물며 사랑의 마음조절을 잘 하는 사랑쟁이 옹달샘 그녀가 존경스럽다.

 

  우리 모두 옹달샘을 거울삼아 생각도둑을 잡고, 말도 사랑도 옹달샘처럼, 내어 줄 것과 품을 것을 구분하는 지혜를 키워가자. 각 자의 이름이 붙은 옹달샘을 하나씩 관리 해 보자. <행가래로 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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