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사람을 기다린다 - 65호

작성자행가래로|작성시간12.03.06|조회수18 목록 댓글 0

나는 오늘도 사람을 기다린다

 

 

 

 

2007년 9월 최영수 소장

 

 

  상담을 시작한지가 20년이라니…….

 

  오래도 붙들고 있었다는 생각에 나를 돌아본다.

 

  지금도 운 좋게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처하지만, 20년 전에도 나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다. 막내가 3살이 되면서 내 일을 하러 나갈 수가 있었으니…. 그리고 우연찮게 산업카운슬러공부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1학년이 된 큰 아이의 일기장에 ‘나는 반듯하게 했는데, 엄마가 말하는 반듯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써 놓은 것을 보고 나는 「엄마자격증」에 눈을 떴다. 그래서 때마다 교양 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 먼저 나를 알기 위해 상담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껏 나는 주위에 만나는 사람마다 이 공부를 소개하고 ‘나 먼저 알기’를 권유하고 있다.

 

   그 때 배운 심성수련이 준 충격은 ‘심성수련 교주’라는 별칭에 맞게 오늘날까지도 내 안에 고스란히 살아있어서 끊임없이 나를 뒤지고 정리하고 또 꺼내어 놓고 뒤집어쓰기도 하며 나를 찾느라 부산스러운 나를 본다. 그렇게 나는 나를 찾고 좀 더 나은 나를 기다린다. 때로는 오지랖 넓게 다른 이들까지 뒤집으라고 그래서 자신을 좀 보라고 수선떨며 나도 함께 그 안의 사람을 찾고 더 나은 평안한 얼굴의 사람을 기다린다.

 

  이렇게 지난 세월은 내게 보람과 아픔이 함께 했다. 아마도 ‘상담자원봉사’라는 단어가 주는 내 나름의 이미지 때문에 스스로 경계가 없었던 내 탓이 더 큼을 안다.

 

  자신을 먼저 상담하다보니 언제나 상담에 마취된 상태에서 늘 사람을 대하게 되기에 내게 있어 「상담=좌절」인지도 모르겠다.

 

  ‘자원’이란 단어에 쉼 없는 공부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날마다 나나 주위에 공부할 것을 열심히 읊었다.

 

  봉사를 잘 하려면 내 얼굴을 평안하게 만드는 것 못지않게 정치도 잘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나는 정치의 적절한 선도 잘 모르거니와 알뜰하고 귀한 시간들에 쫓겨 지금도 외롭다.

 

  ‘상담’ ‘자원’ ‘봉사’란 단어에 젖어 지내다 보니, 내 모습은 언제 보아도, 일과 사람의 구분(일을 봐야할 때 사람을 보고, 사람을 봐야할 때 일을 보게 되는)이 헷갈리는 실수투성이다.

 

  그래도 지금의 내 모습은 그나마 열심히 공부해 온 덕이고, 함께 공부한 친구들 모두 지금에 이르러 각 자의 길을 열심히 가고 있음에 흐뭇한 마음이다. 아울러 우리 함께 하면서 아이들도 대학 입학 할 때까지 방학이면 심성수련으로 자신들을 돌아보고 나누게 했다는 점에서 덤도 받았다는 생각에 스스로 행복하다.

 

  중이 절을 떠나는 심정으로 늘 보퉁이를 싸던 내가 지금도 이 자리에 머무르고 있음은 보통 사람들 모두가 상담공부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고 그로써 먼저 자신에게 행복이란 옷을 입히고, 평안이란 옷을 입혀서 주위에 함께 하는 가족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나’란 진정성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소망이 있기에,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헹가래로 지지해 주고 싶어 「행가래로」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람을 기다린다.

 

  자기 자신을 먼저 제대로 상담할 나를, 사람을 기다린다. <행가래로 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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