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바람과 함께 하는 축복 - 72호

작성자행가래로|작성시간12.03.12|조회수13 목록 댓글 0

해와 바람과 함께 하는 축복

 

 

2008년 4월 최영수 소장

 

 

 

  요사이 햇살이 아침에는 반갑고 한낮에는 뜨겁게 느껴진다. 봄을 맛보려 혀를 내미는데 어느새 뜨거운 맛이, 여름이 서둘러 오는가 싶어 낭패스럽기도 하다. 온 산의 수많은 새순들과 눈맞춤을 하고 싶은데…

문득 해는 아버지처럼 느껴지고, 바람은 엄마처럼 느껴진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함께 하지 못한 세월에 나는 해를 아버지인양 바라기하며 해와 함께 하는 시간들을 가지려 애썼던 기억들이 제법 있다. 마치 해가 아버지인양 그리워하며 끊임없이 그를 우러르며 닮으려 노력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추운 겨울날, 볕을 쪼이는 것만으로도 살에임을 잠시 잊을 수 있었던 것만큼이나 아버지의 가슴을 파고들며 안기고파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아주 짧은 동안 아버지 사랑을 받았지만, 내게는 진한 흔적이 남겨졌나보다. 그리고 나는 그 그리운 고픔을 빌미삼는 나를 본다. 삶의 고비마다 커다란 숨을 토할 때면 그 때 그 시절의 짧은 아버지 사랑을 새기며 나를 추스리는 것 같다. 그렇게 나는 그 기억 속의 아버지를 찾으며 내 삶의 숙제를 그 분이 찾은 답을 좇아 풀고 있다는 마음마저 든다. 그렇게 아버지를 믿으면서 나를 믿을 수 있었다. 그랬기에 때때로 편안한 내 모습을 마주하면 축복인양 여겨지기도 한다.

 

  내게 있어 엄마는 바람처럼 품은 냄새로 다가왔고, 바람인양 살갑게도, 매섭게도 나를 다루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 그렇게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바람으로 마주하는 엄마가 있어 얼마나 내게는 다행이었는지…

그렇게 두 분은 내게 다가왔고 새겨졌다. 아버지는 내게 해처럼 삶의 등대로 다가왔고 엄마는 바람처럼 내 형상을 만져주고 보듬어 주었다.

 

  지금, 내게는 비록 잠시 스쳐 지나가버리는 바람일지라도 그렇게라도 그 분의 계심이 더욱 살가운 행복임을 안다. 지금 이 순간, 나도 내 자녀에게 코로, 입으로, 혀로, 살갗으로 만나는 바람 같은 엄마이고 싶다. 그래서 언제나 바람과 함께 새겨지는 엄마로 남고 싶다.

 

  해는 멀리서도 삼라만상이 이 지구별에서 살 수 있는 대단한 에너지를 항상 우리에게 보내주고 있지만, 때로는 구름 위에 숨어 있어서 우리를 바장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한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그것과 상관없이 언제나 태양은 우리 머리 위에 있음을. 그리고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음을. 해의 그 기다림은 마치 우리 모두가 세상에 올 때의 우리들 부모님 모습을 닮았다. 그것은 결코 우리 스스로 원하지도, 선택하지도 않았지만, 우리와 함께 하고자 열심히 기다린 부모님들 덕분에 우리들이 태어날 수 있었다고 믿기에. 물론 우리를 간절히 원하는 부모님들의 기도와 소망도 함께였지만.

비록 동화책 속의 바람은 햇님보다 못하다고 설명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 않는다. 바람은 세상의 삼라만상을 우리들 엄마처럼 다룬다. 때로는 어루고, 때로는 거칠게 담금질을 하는 것이 마치 대장쟁이가 쇠를 다루듯 한다. 그렇게 바람은 삼라만상을 평정한다. 그 힘이 바람처럼 엄마로 하여금 아가를 사람으로, 성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바람을 맞으며, 먹으며 엄마를 느끼려 찾아 헤매기도 한다. 살가운 바람은 마치 내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엄마가 인정해주고 “그대로만 하려무나” 라고 속삭여 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칼처럼 매서운 바람이 불면 나는 어느새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숙연하게 고개 숙여 나를 내려다봄은 마치 자수해서 광명 찾으려는 형상이다. 나도 사람이기에 모자라고 넘치고 하기 다반사인데, 그 때마다 엄마는 바람처럼 그렇게 나를 어룬다. 그렇게 엄마는 나를 세상이란 고개턱마다 넘을 모양새를 갖추어 주곤 한다. 그래서 나는 엄마란 단어 앞에 감히 ‘위대한’이란 단어를 붙인다.

 

  누군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지만, 나는 그런 바람의 어룸 끝에 얻은 평정이 화창한 5월이라고 믿어진다.

 

  그래서 어쩜 5월의 푸르름이 더욱 돋보이는지도 모른다.

 

  이렇듯 우리는 해와 바람과 함께 사는 행복이 곧 축복이다.

 

  우리 모두 4월의 잔인함에 들이대자!

 

  우리의 평정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자~ 이렇게 4월을 젖히자. <행가래로 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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