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직녀 행복감 따기 - 74호

작성자행가래로|작성시간12.03.12|조회수19 목록 댓글 0

견우직녀 행복감 따기

 

 

 

2008년 6월 최영수 소장

 

 

 

 

  7월은 우리말로 견우직녀의 달이라고 한다. 견우직녀를 따라 떠오르는 부부가 있다. 이들은 16세 순정을 키워 결혼을 했다. 그들의 결혼생활은 그들만의 순수한 기억으로 남다른 애증의 세월을 지냈다고 본다. 이제 그들은 회갑을 지나 다시 16세 순정으로 돌아와 고향의 봄을 만끽하듯 행복하다고 한다. 나는 이들 부부살이에서 마치 견우직녀처럼 짧은 사랑(愛)의 맛을 기억하고 그 맛을 찾아 그들 스스로가 오작교를 엮으며 자칭 미움(憎)의 시간을 채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어쩌면 그들은 16세 순정을 곰삭은 묵은지로 다시 보듬은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우리들 지구살이가 다 그런 것 같이 여겨진다.

 

  맞다, 우리네 지구살이는 성공의 짜릿함을 위한 긴 인고의 시간들을 자주 필요로 하곤 한다.

 

  성공의 짜릿함은 마치 견우직녀의 만남 같고, 긴 인고의 시간들은 우리 스스로 오작교를 놓는 것 같다.

 

  이렇게 짧지만 오랜 견우직녀의 행복감을 기억하며 그 맛에 빠져 그 맛을 찾으려 또 인고의 오작교를 숙제마냥 마주한 채 스스로들 짜고 있다고 보여지기도 한다.

 

  사랑하는 이들의 숱한 결혼스토리들도 그렇고

  등산을 하여 산 정상에 오르는 것도 그렇고,

  쌀을 얻으려 벼농사를 짓는 농부도 그렇고,

  금메달을 따려는 숱한 운동선수들의 끝없이 반복되는 연습도 그렇고,

  온갖 수험생들이 성공을 지향하며 매진하는 시간들도 그렇고,

  이렇듯 삶의 숙제들을 해결하려 매달린 무수한 사람들이 버텨내어야만 하는 숱한 인고의 시간들은 더 더욱 그렇다.

 

  이렇게 우리는 오작교를 짠다.

 

  그 시간들 끝에는 견우직녀 행복감을 딸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내 안의 견우직녀행복감을 본다. 그리고 그 순간을 음미한다. 그 찰나적 시간들은 내게 언제나 잘 챙겨 놓은 보퉁이마냥 풀어보라고 들이대고 있었던 듯싶다. 그런데도 내가 알은 채 할 만큼의 여유를 챙기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늘 상 다가가지 못했을 뿐.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 시간보퉁이들이 내게 내미는 행복으로 이만큼 지구살이 했음을 느낀다. 나도 아주 짧지만 오래가는 그 희열, 견우직녀 행복감으로 그렇게 내 삶을 덥히며 살아왔음을 알아챈다. 그 행복감이 주는 희열은 바로 경이로움이 아닌가.

 

  새삼 보퉁이들에게 꾸벅 절하고 싶어진다.

 

  맞다, 비록 우리네 대부분이 잘 잊어버리거나 못 챙기는 흠은 있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짧지만 오래가는 행복감으로 지구살이의 온갖 힘든 것들을 종국에는 우리들 스스로 극복해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 ‘짧지만 오래 머무는 견우직녀행복감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심으로 돌아오게 되고, 그 초심은 묵은지 되어 더욱 소중하고 귀한 시간들을 다시 누리게 해 준다’는 사실을 지구살이 룰로 받아들이고 보니 이 지구살이가 내게 너무 경이롭다. 지금 이 순간 지구살이가 온통 희망으로 다가온다.

 

  나도 너도 이 7월에 견우직녀행복감처럼 1년을 살아내는 삶의 경이로움을 느끼고 나만의, 너만의 오작교를 만들며 내년의 경이로움도 반드시 챙기자.

 

  정보원의 그림전시에서 내가 챙긴 또 하나의 경이로움을 글로 표현하다.

 

 

"노랑이 튀지 않아 눈부시지 않고.

흰색이 드러나지 않아 머무는 듯

검정이 먹지 않아 품는 듯

사선이 서로를 짐짓 기대며 받쳐주고

긴 네모가 따뜻한 소통을 하는 듯 여겨지면서

멈칫 지켜보는 회색이 부드러움으로 다가와 어우러짐을 돕네.

투명하지만 비치는 색이 있고

깔끔하지만 무차별의 너끈함이

단아하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따뜻함이

너로 느껴져.

그런 너가 그렇게 세상과 이바구하는 것 같아

너도 작품같아.

생의 한 가운데서 삶과 건강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그런 네 모습, 축하한다.

그런 네 솜씨, 자랑스럽다. 그리고 부럽다."  <행가래로 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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