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따뜻하고 정겨운 매듭을 지을 때 - 79호

작성자행가래로|작성시간12.03.30|조회수16 목록 댓글 0

이제, 따뜻하고 정겨운 매듭을 지을 때

 

 

 

2008년 11월 최영수 소장

 

 

 

 

  따뜻한 12월이다. 순우리말로 ‘매듭이라고 하네.

  해충도 함께 사는 은혜로운 세상인 셈이다.

  우리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온갖 기억투성이로 살고 있으니까.

  그러나 우리는 만물의 영장답게 더 지혜롭게 오늘부터의 생을 준비하자.

  그러자니 매듭을 핑계로 그 기억들을 장롱정리하는 시간을 누리자.

  사람들은 저마다 어린시절이 있고 성장통들이 있기에

  어린시절에 자신이 알던 모르던 매듭들이 마음속에, 머릿속에 저 맘대로 있다.

  그렇게 시린 상처나 뼈아픈 기억들이 무의식, 의식 상태로 꾸겨진 채 있다.

  그래서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분노로 터뜨리고,

  때로는 직면이 두려워 회피하려는 양 벌컥 엉뚱하게 화를 내곤 한다.

  내담자들 중에는 대부분이 남편의 언어폭력으로 힘든 아내들이다.

  그렇게 휘두른 말들로 그녀들은 물론, 그들 자신도 상처를 깊이 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언어폭력의 대부분은 본인이 스스로를 그렇다고 무의식중에 판단내린 부정적 자의식(자격지심)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여겨진다.

  어쩌면 그 자신이 판단내린 자신의 모습을 수용하고 인정할 수가 없어서일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모습을 화에 가려 직면할 수 없거나 아님, 알면서 회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네 부부들은 대부분 상대만을 애오라지 챙기며 산다.

  그렇게 서로에게,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며 헌신을 당연시하기에 또 요구하며 산다.

  그렇기에 그런 사실을 그들 자신만의 무기인양 들이대는 현실이 안쓰럽다.

  우리네 그들은 자신들도 못 챙기는 허구로만 그녀들을 챙긴다는 안타까움을 아는지…

  그들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을 줄 안다면, 그녀에게 맞는 옷을 줄 법도 한데…

  그들 엄마로부터 부추겨진 BEST MAN적 존재인 그들은 바깥세상에서 하듯 안에서도 여일하다.

  그들은 언제나 스스로 BEST MAN적 존재로 지향한 에너지만을 뿜어낸다.

  그래서 그들은 그 누구도 하기 힘든 절대적 진리나 일반적 진리를 오늘도 설파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네 부부의 일상은 서로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경쟁하듯 후벼파며

  안그래도 고단한 그들의 생활을 습관처럼 이어간다.

  결국, 바닥 친 자존감으로 힘든 아내들은 마치 물 말라버린 어항속의 물고기처럼 버둥거린다.

  그러다 깨닫는다. 내내 어항 속에 있어 몰랐던 자신의 몸이 물에 젖어 축축함을,

  그리고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물이 필요함을.

  그리고 그녀들은 어항에 새로운 물을 채우려 한다.

  그래서 그녀들은 아주 힘들지만 조용히 자신들에게 반란을 시도하고

  그렇게 맘을 다잡으며 오뚝이처럼 ‘홀로서기로 우향우’ 한다.

  그렇게 자신만의 행복이란 올을 찾고 엮으며 자신의 얼굴에 웃음을 그리려 오늘도 그녀들은 리허설 중이다.

  그리고 나만의 행복향이 내 주위를 감도는 날까지 매진하려 입을 꼭 여민다.

  그래, 어느 날엔가 그들로부터 ‘미안했네’ ‘수고했네’라는 말을 들을 꿈을 멀리 헤이며 미리부터 눈물부터 흘린다.

  2008년 말미에 좋은 매듭을 자신과도 풀고 짓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우리 그렇게 정겨운 ‘NOW & HERE’의 매듭을 짓자.

  접어 둔 채인 감정들에겐 ‘미안했네’라며 사과와 위로로 우아하게 다려놓고

  무심히 넘겨 준 모습들에겐 ‘수고했네’라는 감사와 넉넉함으로 토닥여주며

  다림질과 토닥임은 나를, 너를 듬뿍 멋진 우리로 만드네.

  그렇게 2008년과 작별하자.

  예쁘게 뒹구는 단풍들이 ‘있을 때 잘해’라며 내게 윙크하네. 오우케이이!! <행가래로 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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