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의 노불레스오불리주의 실천을 촉구하며
쉬운 내리사랑에 묻힌 내 부모 사랑
2009년 10월 최영수 소장
가을이 갑자기 깊어지는지 아침날씨가 스산하다.
가끔씩 찾아뵙는 연로하신 엄마얼굴이 당신에게 향한 걸음을 재촉하게 한다.
이승에서 뵈올 시간이 많지 않음을 내게 자꾸 일깨워주는 탓이다.
식사는 잘하시고 잘 주무심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많이 어둡고 수척하다.
매일 혼자 있는 숱한 시간들 속에서 자식을 기다리는 것만이 유일한 낙인데…
14명이나 되는 직계, 손들이 있지만, 모두가 유능(?)해서 당신 곁에 머물 여유를 가진 자손은 거의 없으니…그 흔한 양로원에 안 모시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행복해하시며 바쁘게 잠시 찾아주는 자식을 기꺼이 기다리신다.
그렇게 점차 몸 안의 수분이 없어져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당신의 마지막 가시는 길이 조금이라도 더 품위 있고 예쁘고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엄마는 그런 나에게 자식노릇을 시키신다.
나는 지금 자식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엄마마음을 헤아리는 시간조차 없다. 엄마는 항시 내게 소소한 일상을 아주 열심히 생각해서 부탁하고 요구한다.
당신이 드실 땅콩, 대추, 껌 등을 종류와 산지를 지정해서 부탁한다.
또한 나는 비로소 엄마의 미소를 보며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
엄마는 이런 나를 그대로 믿어주고 받아주시는 엄마이다.
눈꺼풀이 너무 쳐져서 눈이 떠지지 않아 당신손가락으로 치켜 올리며 눈꺼풀 성형을 했으면 하시는데 ‘저승 갔을 때 영감이 못 알아보면 어떻게 하냐?’며 나는 엄마를 다독인다. 연로하시고 마취약에 심장이 멎었던 일도 있어서 그냥 불편을 견디게 하는 나다.
그래서 나는 엄마의 이승에서의 삶 정리를 돕기도 한다.
어제는 당신과 함께 늙은 눈도 멀고 걷기조차 힘들어 하는 당신 강아지를 당신 앞서 보내면 당신마음이 많이 힘드시겠냐고 나는 예사로운 척 말을 건넸다.
평소에 나는 엄마당신보다 조금만 더 살라고 그 녀석에게 말하곤 했지만….
내 생각엔 그 녀석에게 ‘힘들쟈? 이젠 네가 힘들면 가도 돼.’ 그러면 그 날로 알았다면서 갈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웬지 그 녀석은 내 마음을 전하면 알아들을 것만 같다. 엄마당신은 ‘살아있는 것을 어찌 가라하냐?’며 마음 아파하신다.
엄마 당신은 그렇게 당신 자식들도 극진히 키우고 먹였었다.
행복하게도 엄마당신은 그런 극진함을 며느리들에게, 손자녀들에게도 쏟았다.
그렇게 함이 당신에게는 너무도 당연하듯이 가족까지도 다 당연시하게 만들었다.
이제 당신 스스로 할 수 없음에 당신도 불편해하고 가족들도 함께 불편을 겪는다.
엄마당신이 80평생 늘상 주시던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에게 받으려니 당신스스로 부담스럽고 자식들은 항시 받기만 하다가 새삼 드리려니 평소에 하지도 않던 일들을 추가하는 셈이고 또, 그런 일상을 살아내려니 그 황당함과 서투름에 서로가 당황하며 불평불만이 터져 나온다.
그래서 나는 평소의 삶에서 禮를 갖추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 禮의 힘으로 무릇 엄마들은 시집살이를 해내고 孝를 실천한다고 나는 믿는다.
자식이 내게 선물이듯이 나 역시 내 부모의 선물이었을 텐데…
무릇 딸들은 시집가서 시댁 부모에게 몸과 마음을 24시간 1년 열두달을 다 바치고 나니, 때로는 친정부모에게 제대로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져 마음이 아파 눈물로 지새는 날도 많았으리라. 또한, ‘친정’의 ‘친’자만 들어도 목고개는 절로 친정으로 돌아가건만, 시댁에 매인 몸이라 목 고개를 억지로 돌려 새우는 날도 많았으리라.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케에게 그 기회를 주기위해 얼마나 많은 날들을 바장이고 있었으랴.
올케는 내 동생을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늘 말한다.
그리고 자신들 자식들도 선물로 귀하게 애지중지 키웠음을 나는 안다.
엄마당신에게도 내 동생이 선물이었음을 큰올케가 알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굳게 믿는다. 우리 모두가 엄마당신의 선물임을.
그래서 엄마당신들이 자식들에게 주는 서운함도,
우리 자식들이 엄마에게 토해내는 불편함도
모두가 사랑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선물임을.
가을 나무들이 단풍으로 아름답게 이별하듯이
할머니가 될 엄마들인 우리가 먼저 禮와 孝로서 본을 모이며
함께 덮을 孝이불을 퀼트하며 우리의 노후를 따사롭게 준비하자.
그렇게 Social Mother`s Power를 키우자. <행가래로 9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