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문 30년 이어달리기 [93호]

작성자행가래로|작성시간15.02.13|조회수23 목록 댓글 0

전업주부의 노불레스오불리주의 실천을 촉구하며

 

꼬리 문 30년 이어달리기

 

 

2010년 1월 소 장 최 보 영

또 다른 시작을 기다리는 자식들을 떠올리며 내 손을 지긋이 내려다본다.

엊그제 막내가 엄마 손이 이러면 어떻게 해!’라고 한 말이 꼬투리 되어 생각이 꼬리를 문다. 나는 내 몸을 별로 건사를 잘 하지 못하는 생활을 죽 해온 것 같아 내 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지금은 내 모습 모두가 부모덕분에 얻은 것으로 나는 공짜로 지구살이를 시작했음을 안다. 물론 나의 지구살이엔 신의 특별한 배려가 있었으므로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대로의 어떤 원칙을 어느 새 만들어 내 몸을 다른 이들에 비해 볼 때 평안하게 놓아두지 못했던 것, 또한 자명하다.

 

625전쟁 통에 본 유곽 여자들의 예쁘게 치장한 모습을 본 기억이 최초의 예쁜 여자 기억이었던 탓인지 크면서 나는 어느 새 내 본래의 모습을 가리는 일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나를 보았다. 그렇게 나는 평생 화장을 안 하는 핑계를 찾았나보다. 어려서부터 딸에게 모자를 사주는 재미로 사신 아버지 덕분에 유행과 관계없이 모자를 써야 했던 나는 스타도 아니니 남 눈에 띄는 불편함이 싫어서 50세가 될 때까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장차림을 피했다. 그렇게 나는 모자를 내 몸에 안경처럼 익혀갔다.

30대 후반이 되니 시어머님으로부터 갈롱부림을 종용받고 40부터 하겠다고 약속을 드렸었는데, 내겐 나를 더 예쁘게 꾸미는 일이 쉽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었다.

어느 덧 50고개를 넘으니 장모보고 딸을 데려간다는데,’라며 딸들이 아우성이다. 덕분에 철따라 옷도 준비하며 정장차림으로 나들이를 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울을 안보는 세월은 여전했는데, 내 얼굴을 가꾸지 않는 게으름을 탓하는 남편의 잔소리가 잦아졌다.

그래도 나는 귀걸이로, 스카프로 시선분산을 시도하며 버티기를 해왔다.

요사이는 얼굴의 주름을 가지고 가족의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내 외모를 핑계로 가꾸는(?) 내 모습에서 꼬리 문 내 딸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겠다. 지금은 허름하고 늙어가는 엄마 모습에 자기들은 역으로 더 예쁜 모습을 지니려 노력하는 폼이 화장도 어디서 배웠는지 예쁘게들 잘 한다. 반면, 엄마의 허름한 편안함도 잘 알고 즐기느라 고집스러운 면도 지니고들 있다.

 

사실, 그럴듯한 외모를 지닌 부모님을 둔 덕에 젊어서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모든 것을 앞세워 남과 다투지 않으려 노력하며 지냈다.

물론, 아버님께서 평소에 너는 많은 것을 이미 가지고 태어났으니 더는 이 세상에서 구하려 말고 네가 가진 것을 나누어 주며 살거라.’라는 당부도 한 몫을 했다.

그래서 나는 늘 반푼짜리 가슴으로, 머리로 살 수밖에 없었다. 아버님 말씀을 좇아 살기는 살아야겠는데 도저히 그 방법을 알 수가 없어 맹한 꼴이었다고 여겨진다. 정말로 그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말씀을 실천하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음은 자명한 일이다.

 

이제는 생활을 살아가는 모습도 우리들 꼬리를 물었다.

불의나 불미스러움을 못 참는 아빠 모습 따라 어디서든 당당하게 시정을 요구하며 그 꼬리를 냉큼 무는 우리 아이들이다. 또한, 우리나라에 사회보장제도를 만드신 아버님 따라 사는 엄마 모습 보며 그 꼬리를 성큼 무는 우리 아이들이다.

끼리끼리 모인다고 내 주위는 온통 나 같은 사람들이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서로를 나누며 산다.

그래서 그들이나 우리 아이들은 세칭 더 좋은 세상을 뒤로 하며 자칭 더 좋은 세상으로 겁도 없이 발을 들여 놓는다.

이렇게 냉큼, 성큼 꼬리를 무는 자식들, 이웃들 덕분에 나는 자칭 더 좋은 세상에 발을 더 깊이 담그는 용기를 낸다.

그리곤 눈을 멀리 보낸다.

자칭 더 좋은 세상이 정말로 더 좋은 세상이 되는 날을 향해.

 

아이들 아빠가 아이들에게 평소에 늘 말한다.

너희들이 가진 것을 언제나 나누며 살거라. 그리고 늘 너희들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친절하거라. 그것이 너희들이 우리로부터 태어난 덕을 갚는 노블레스오블리쥬이니라.”

 

어쩌면 우리네 지구살이는 30년짜리 계주, 이어달리기 같다.

요사이 조선일보에선 재능나눔 잔치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세상의 전업주부들이여!

자칭 더 좋은 세상으로의 초대에 우리 모두 기꺼이 동참하자.

이렇게 Social Mother`s Power를 모아서

우리의 자식들, 이웃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꼬리 물게 하자! <행가래로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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