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동심의세계 - (218) 어른들을 위한 동시 읽기 - ⑤ 사랑이란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도환 아동문학평론가
작성자화룡이(이창모)작성시간26.06.15조회수33 목록 댓글 2어른들을 위한 동시 읽기
프레시안/ 제14회 이재철아동문학평론상…문학평론가 이도환 선정
⑤ 사랑이란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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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동시조집 『꽃잎 밥상』(아침마중, 2019. 7.)
이오자 동시집 『까만 하트 오글오글』(소아, 2019. 5.)
변정원 동시집 『달님 도장』(아동문예, 201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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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절실하게 묻고 가까운 것부터 생각하면(切問而近思) 인(仁)은 그 가운데 있다.” 공자의 제자 중 한 사람인 자하(子夏)의 말이다. 낮고 가까운 곳을 무시하고 무작정 높고 먼 곳으로 달려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높고 먼 곳이 아니라 나의 절실함이다.
바람이/ 안 불어도/ 나뭇잎은 떨어지고// 비에 젖지 않아도/ 절로 지는/ 꽃잎들// 가는 곳/ 엄마 품인 걸!// 아름답다,/ 저 빛깔.
(김영기 「엄마 품으로」 전문)
‘펑펑펑’/ 소리 내며/ 피는 꽃을 보았어.// 세상에서/ 제일 큰/ 하늘 위에 피는 꽃.// 그리운/ 할아버지께/ 영상편지 할 거야.
(김영기 「불꽃 축포」 전문)
무성하고 푸르른 잎이 아니라 초라한 낙엽, 활짝 핀 꽃잎이 아니라 시든 꽃잎. 힘없이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지만 시인의 눈에는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보인다. 대지(大地)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저 멀리 그리고 높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게 아니다. 바로 코앞의 땅으로 떨어지는 것인데 아름답다. 뿐만 아니다. 하늘 높이, 그리고 멀리 올라가 활짝 피는 꽃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무엇인가. 엄마와 할아버지, 오늘의 나를 있도록 만든 뿌리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랑잎/ 갈바람에// 후르르/ 떨어지듯// 내려앉은/ 참새 떼가// 솔방울로/ 뒹굴더니/ 바스락/ 갈잎에 놀라// 다시 날아/ 후르르.
(김영기 「후르르」 전문)
“솔개는 하늘로 날고 물고기는 못에서 뛴다(鳶飛戾天 漁躍于淵).”라고 했던가. 김영기 시인이 보여주는 세상은 오묘한 자연의 이치를 멀리 물러나 조망하기도 하고 가까이 다가와 세밀하게 관찰하기도 한다.
활짝 핀/ 봉숭아 꽃/ 예뻐요, 친구처럼// 짝지와/ 물들이니/ 빛나요, 반짝반짝// 어느새/ 꽃이 된 손톱/ 둘이 하나 됐지요.
(김영기 「봉숭아, 꽃 손톱」 전문)
거꾸로/ 불러주면/ 여럿이/ 되는 것들// 들꽃은 꽃들이 되고/ 들풀은 풀들이 되고// 들새는/ 새들이 되어/ 날아와요,/ 나에게.
(김영기 「거꾸로 불러주면」 전문)
이제야 알겠다. 꽃이 손톱이 되고, 둘이 하나가 되는 이유. 낙엽과 꽃잎이 왜 뿌리로 향하는지. 떨어짐과 솟아오름이 왜 동일하게 황홀한지. 머리와 꼬리가 왜 연결되고 탄생과 죽음이 왜 손을 잡고 있는지. 김영기 시인에게 이 넓은 세상과 끝없이 펼쳐진 우주는 까마득한 게 아니다. 새들이 나에게 날아오는 것처럼, 내 안에 세상이 있고 우주가 있다는 것을 시인은 알고 있다.
2.
“의학 책을 보면, 손발이 마비되는 병을 가리켜 ‘불인(不仁)’이라고 말한다. ‘인(仁)’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처럼 적절한 표현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인(仁)’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내 몸처럼 사랑하고 존중하며 아끼는 것이다. 이러한 ‘인(仁)’을 실천하면 나와 세상이 하나가 되어 서로 조화롭게 소통하고 어루어진다. 서로 피가 통하고 감각이 이어진다. 그러나 ‘인(仁)’을 실천하지 못하여 ‘불인(不仁)’하게 되면 세상과 내가 서로 상관없이 따로 떨어져 서로 통하지 않게 된다.”
송나라 학자 정호(程顥)의 말이다. 결국 ‘인(仁 )’은 연결되는 것이다.
언니 오빠 이름표는/ 왼쪽 가슴에 붙이고// 할머니 이름표는/ 무릎에다 붙이지// 잠결에도 다 알지/ 핫쿨한 냄새/ 글자 하나 없는/ 할머니 이름표
(이오자 「파스」 전문)
읽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캄캄한 밤에도 알 수 있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글자로 쓰지 않아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근도 싫다/ 시금치도 싫다며// 친구 식판 고기만/ 빼앗아 먹던 민성이// 당근, 시금치를/ 우걱우걱 잘 먹는다// “편식하는 애 별로야”// 예린이 한 마디가/ 민성이 병 고쳤다// 예린이가 약이다
(이오자 「편식 잡는 약」 전문)
관심을 갖는 것은 연결의 시작이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이뤄진다. 혼내고 야단치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인(仁)’으로 해결된다. 서로 연결되어 느낌과 감정을 공유하게 되면 저절로 해결된다.
파릇파릇 여린 싹/ “봄이다!” 했더니// 밤낮없이 돌돌돌/ 시간을 감고 감아// 어느 새 노랑 빨강/ 가을이 감겨 왔네// 돌/ 돌/ 돌/ 돌/ 하이얀 겨울도 곧 당겨오겠네
(이오자 「시간 실타래」 전문)
하늘에서 땅까지/ 그 먼 길을 내려와// 엄마처럼 포근히/ 온 바닥 품고 누워// 생명들 하나하나/ 햇살꼭지 물리신다
(이오자 「햇살」 전문)
담 밑에 민들레/ 평상엔 할머니// 하얀 머리/ 둘이서/ 봄볕 쬐고 계시다
(이오자 「둘이서」 전문)
서로 연결되는 게 어디 사람뿐이겠는가.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이 서로 손잡고 이어지지 않던가. 더 나아가 하늘과 땅이 연결되고 민들레와 할머니가 ‘햇살꼭지’를 사이좋게 물고 있는 것도 눈에 들어온다. 이오자 시인은 그렇게 모든 것을 연결시키고 있다.
3.
‘인(仁)’을 이룬 사람이 군자(君子)이고 대인(大人)이다.
“대인(大人)은 어린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은 자이다.(大人者 不失其赤子之心者也)” 맹자의 말이다. 이에 대해 주자는 “어린아이는 아직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아 본래 타고난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대인(大人)은 바른 이치를 회복하여 사사로운 욕심을 모두 몰아냈으니 어린아이와 그 마음이 같다고 할 것이다. 또한 어린아이는 아는 것도 없고 따로 익힌 기술도 없다. 그저 순수한 마음뿐이다. 억지로 꾀를 부리지도 않고 거짓으로 꾸미지도 않는다. 이익과 불이익을 따지지도 않는 상태, 그것이 바로 어린아이(赤子)와 대인(大人)의 같은 점이다.”라고 주석을 달았다.
밤/ 낮/ 쉬지 않고// 풀뿌리/ 나무뿌리// 정성스레/ 달여서// 산이/ 꾹 짜놓은/ 약
(변정원 「샘물」 전문)
불순물이 없으니 약이 된다. ‘샘물’은 그래서 어린아이(赤子)의 마음과 같다. 쉬지 않고 성실하게, 정성을 다하니 대인(大人)이기도 하다.
새벽/ 산책길에 만난/ 키 작은 들국화// 추운지/ 낙엽 이불 돌돌 감아// 샛노란 얼굴만/ 쏙/ 내밀고 있다
(변정원 「들국화」 전문)
새벽 아침/ 가시 같은/ 서리에/ 손이 시린/ 단풍잎// 주먹을/ 꼭/ 쥐고 있다
(변정원 「늦가을」 전문)
순수한 마음을 회복하니 평소에 보이지 않던 작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키 작은 들국화’가 추위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손이 시린 단풍잎’의 꼭 쥔 주먹도 보인다. 나의 아픔이나 나의 상태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아픔, 타인의 상태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서로 피가 통하고 감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양말/ 뒤꿈치에/ 구멍 났다// 말수 없으시고/ 점잖으신 아버지// 힘들다고/ 말 한마디/ 안 하시니/ 참다못한/ 발꿈치가/ 입을 열었다
(변정원 「아버지」 전문)
변정원 시인은 이렇게 타인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연결되어 소통하며 서로 사랑하고 있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 ‘이도환 동시 평론집, 어른들을 위한 동시 읽기, 그 사이에 동시가 있다(이도환, 도서출판 소야, 2024.)에서 옮겨 적음. (2026. 6.15. 화룡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