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살며생각하며 - (674) 원칙이 사람을 옥죌 때/ 김일송 책공장 이안재 대표

작성자화룡이(이창모)|작성시간26.06.20|조회수16 목록 댓글 2

원칙이 사람을 옥죌 때

조선일보/ [일사일언] 원칙이 사람을 옥죌 때

 

 

최근 현장 체험 학습을 둘러싸고 학생·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갈등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현장 체험 학습을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학부모 측 입장과, 과도한 책임과 민원 부담 속에서 이를 피하려는 교사 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장 체험 학습 전 교사들에게 요구되는 운전자 음주 측정, 타이어 공기압 및 마모 상태 확인, 차량의 교통법규 준수 여부 점검 같은 행정 절차 역시 큰 부담으로 지적된다.

 

물론 안전사고 예방이라는 취지는 중요하다. 다만 이런 조치들이 실제 교육 현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 속에서 만들어진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마침 이러한 현실과 맞물려 곱씹어 볼 만한 공연 한 편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극 ‘원칙’이다.

 

작품은 새로 부임한 교장이 “운동장에서는 반드시 체육복을 입어야 한다”는 교칙을 예외 없이 적용하면서 시작된다. 교장은 이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학생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이라며 반발한다. 그 과정에서 ‘원칙’을 앞세우는 교장과 자유로운 학풍을 지키려는 교감의 신념이 충돌한다. 흥미로운 건 작품 속 어느 누구도 절대적인 악인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풍경이 비단 학교 안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규정과 매뉴얼, 절차와 법률이 촘촘해질수록 정작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시야에서 밀려나곤 한다.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요구하는 공정함 속에서 인간적인 온기는 쉽게 증발하곤 만다. 반대로 예외를 허용한다면, 또 다른 불공정 논란이 뒤따르고, 권위가 흔들리게 될 것이다. 원칙 없는 사회는 혼란스럽지만, 원칙만 남은 사회 역시 숨이 막힌다.

 

법과 규칙의 본래 목적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수단이어야 할 원칙이 목적 그 자체가 되어, 오히려 사람을 옥죄는 순간들이 생겨난다. 세상을 선과 악, 합법과 불법으로 단정하기 전에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어쩌면 다른 데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세운 그 원칙의 끝에 정말 사람이 있는가. 그리고 그 안에서 누군가는 숨 막혀하고 있지는 않은가. < ‘조선일보(2026. 5.25.) [一事一言]’에서 옮겨 적음. (2026. 6.20. 화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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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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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의초 이정석 | 작성시간 26.06.20 우리가 세운 그 원칙의 끝에 정말 사람이 있는가.
    그리고 그 안에서 누군가는 숨 막혀하고 있지는 않은가.
    요즘 월드컵 시청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모양입니다
    전체를 강당에서 보여주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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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화룡이(이창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1 '원칙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어야 함'을
    되짚어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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