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내 마음속에는 설렘이 /김상언
사랑은
함부로 부를 수 없는 이름이었다
한 사람을 위해 마음을 덜어내고,
한 사람을 위해 자존심마저 접어 두던
그 시절의 배려.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
많은 것을 데려갔지만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둔 작은 항아리 하나는
끝내 버리지 못했다.
나는 그것이
묵은 기억인 줄 알았다.
빛바랜 추억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조심스레 꺼내어
마음의 숟가락으로 떠보니,
그것은 묵은 맛이 아니었다
봄 새순처럼 풋풋하고,
이슬 머금은 꽃잎처럼 맑고,
첫마음처럼 설레는
그 맛이었다.
아껴 먹는다.
조금씩 음미한다.
행여 사라질까,
행여 꿈일까
오십 년의 세월을 건너와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품었던 마음.
이제야 나는 안다.
가슴속 깊이 간직된
그 맛은
묵은 것이 아니라,
세월마저 젊게 만드는
오십 년 전
그 따뜻한 마음이었다.
한 숟갈 떠올릴 때마다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가슴 한편에는
조용한 행복이 차오른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기보다,
아직 내 안에 살아 있는
그 마음 덕분에
참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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