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대장경 읽고 게송 필사하기 제355일 《중아함경中阿含經》 권제5 <지경智經> 제3일
그때에 세존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사리자여, 이 말은 또 이치가 있으니 간략하게 대답할 수가 있습니다. 사리자여, 이 말에 다시 어떤 뜻이 있기에 간략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느끼는 것과 작용하는 모든 것은 다 괴로움이 따르는 것이니, 사리자야, 다시 이치가 있어 이 말을 간략하게 대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존께서 물으셨습니다.
“사리자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그대에게 와서 ‘존자 사리자여, 어떻게 등진 채 향하지 않기에 스스로 〈나는 지혜를 얻었고 생이 이미 다했으며 범행이 이미 섰고 할 일을 마쳐, 다시는 후세에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진실 그대로를 안다〉고 말합니까?’ 하고 묻는다면 그대는 그 말을 듣고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제게 와서 ‘존자 사리자여, 어떻게 등진 채 향하지 않기에 스스로 〈나는 지혜를 얻었고 생이 이미 다했으며 범행이 이미 섰고 할 일을 마쳐, 다시는 후세에 생을 받지 않는다는 진실 그대로를 안다〉고 말합니까?’ 하고 묻는다면, 세존이시여, 저는 그 말을 듣고 ‘여러분, 나는 안에 대해서 등지고 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모든 애욕이 다하고 놀람도 없고 두려움도 없으며 의심도 없고 미혹도 없습니다. 이와 같이 수호하고, 그와 같이 수호한 다음에는 선하지 않은 번뇌[漏]를 내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해 주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이렇게 물으면 저는 이와 같이 대답하겠습니다.”
세존께서 찬탄하며 말씀하셨습니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사리자야,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그렇게 묻거든 그대는 그와 같이 대답하십시오. 그렇게 말하면 그들은 마땅히 그 뜻을 알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사리자여, 다시 이치가 있어 이 말에 대하여 간략하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만약 모든 맺힘[結]에 대해서 사문이 말한 것이라면 그 맺힘은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와 같이 수호하고, 그와 같이 수호한 다음에는 선하지 않은 번뇌를 내지 않습니다. 사리자여, 이것이 이른바 ‘다시 이치가 있어 그 말에 대하여 간략하게 대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존께서 이와 같이 말씀해 마치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들어가 고요히 앉으셨습니다.
세존께서 방에 들어가신 뒤 조금 있다가 존자 사리자가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여러분, 내가 처음에 미처 생각하기 전에 세존께서 갑자기 이 이치를 물으셨습니다. 나는 ‘아마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내가 처음에 한 이치를 말했을 때 곧 세존께서는 옳다고 창찬하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이와 같이 생각했습니다.
‘만일 세존께서 하루 낮 하룻밤을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 내게 그 이치를 물으신다면, 나는 세존을 위하여 하루 낮 하룻밤을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써 이 이치에 대하여 대답할 수 있으리라. 만일 세존께서 2ㆍ3ㆍ4일 나아가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 그 이치에 대해 물으신다면, 나는 또 세존을 위하여 2ㆍ3ㆍ4일 나아가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써 그 이치에 대하여 대답할 수 있으리라.’”
흑치 비구는 존자 사리자가 이와 같이 말하는 것을 들은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재빨리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습니다.
“세존께서 방에 들어가시고 얼마 되지 않아 존자 사리자가 지극히 교만한 모습으로 한결같이 사자처럼 외치기를 ‘여러분, 내가 처음 미처 생각하기 전에 세존께서 갑자기 이 이치를 물으셨는데 나는 〈아마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내가 처음에 한 이치를 말했을 때 곧 세존께서는 옳다고 칭찬하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이와 같이 생각했습니다.
〈만일 세존께서 하루 낮 하룻밤 동안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 내게 이 이치에 대하여 물으신다면, 나는 세존을 위해 하루 낮 하룻밤 동안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 그 이치에 대하여 대답할 수 있으리라. 만일 세존께서 2ㆍ3ㆍ4일 나아가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 내게 이 이치를 물으신다면, 나는 또 세존을 위해 2ㆍ3ㆍ4일 나아가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 그 이치에 대하여 대답할 수 있으리라〉’라고 말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흑치여, 그렇소. 그렇소. 만일 내가 하루 낮 하룻밤 동안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 사리자 비구에게 그 이치를 묻더라도 사리자 비구는 반드시 나를 위해 하루 낮 하룻밤 동안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 그 이치에 대하여 대답할 것이오. 흑치여, 만일 내가 2ㆍ3ㆍ4일 나아가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 사리자 비구에게 그 뜻을 묻는다면, 그 비구도 충분히 나를 위해 2ㆍ3ㆍ4일 나아가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 그 이치에 대하여 대답할 것이오. 흑치여, 사리자 비구는 법계(法界)에 대하여 깊은 이치를 통달하였기 때문이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존자 사리자와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