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문태준
나목(裸木)의 가지에 얹혀 있는 새의 빈 둥지를 본 지 여러 철이 지났어요
아무 말도 없이 가신, 내게 지어 놓은 그이의 영혼 같은 그것을 새잎이며 신록이며 그늘이며 낙엽이 덮는 것을 보았어요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예전의 그이를 흙으로 거짓으로 다시 덮는 일에 지나지 않을 뿐
나는 눈보라가 치는 꿈속을 뛰쳐나와 새의 빈 둥지를 우러러 밤처럼 울었어요
⸺계간 《시와 함께》 창간호, 2019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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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시 등단.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맨발』『가재미』『그늘의 발달』『먼 곳』『우리들의 마지막 얼굴』『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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