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바람과 해바라기와 나 / 신세훈

작성자썬탑|작성시간17.12.08|조회수78 목록 댓글 0

1962년 조선일보,동아일보,경향신문,한국일보.




■ 조선일보



강과 바람과 해바라기와 나



신세훈





형성기 은 데 지적 갈라진 퍼런 불허리 돌바람에 숨끊어질 무렵. 구렁으로 분출된 용암 식어 바다 속을 뻗은 지맥으로 불기둥 치받혀 의론 섬으로 솟아날 땅. 땅 위에 어떤 중량의 의미와 생명감으로 마침 목을 뽑아 울리며 신록 풍성한 한여름 너 앞에 내가 섰을때. 후둑 후둑 성긴 소나기가 왔다야.

그 시절 항시 물줄기만 눈앞을 담담히 흐르고 바람은 침묵한 깊은 계곡이며 어느 신허릴 불어가 영높은 한 화산의 혈맥과 뜨거운 그늘 모롱일 돌아 놀속 목숨으로 피어난 구름꽃의 입김에 내 영혼에 엉겨붙어 황금빛 하늘 아래 해바라기 웃음으로 형상된 생성의 울타릴 돌아 오는 바람대로 출발했다야.

해바라기. 징처럼 안으로 출렁이어 소리 내 오는가 알 수 없는 누런 놋색 꽃잎 둘레는 원광의 미소같이 무지개 달무리로 원만한 물맴을 지으며 꿈을 꾸는 물매화를 건드리다 강 건넌 습한 바람결에 서그럭 흔들리는 몸짓을 가누고 고향 떠난 너의 하늘색 옷자락을 적셔 조금은 마음색이 섧은 나의 입상이다야.

전쟁을 치른 너의 입술 위에 피멍든 아픔만 서리지 않았더라면 짙은 비극의 흔적 없이 딴 꽃대롱 물줄기로 가난한 이야길망정 피릴 불어 공중에 띄워보겠다야.

지금은 바람파편에 튀어버린 물방울같이 씨를 다 흩어버린 빈 빈 가슴팎을 가서 가을이 꽉 안긴다. 서러운 눈의 내가 나에게 가서 꽉 안긴다. 이제 빙빙 이빠진 얼굴을 이고 스스로를 가늠하던 고개를 저으며 사방 시월의 춤노래 속에서 메마르게 눈물나는 광활한 광장에 내가 나를 안고 서서 울가보다야.

어쩌면 내부를 흐르는 바람의 갈갈한 울음으로 꽉 차있을 나와 너는 밤의 계절을 뛰어 나와 아침을 맞아야한다. 몸을 씻어야 한다. 허지만 갈길마다 갈란 엇길에 여러마리 꽃실배암 따비틀고 지싸우는 마른 풀두렁을 지나 낮닭도 울었던 마을에 하나둘 등잔불 꺼져 가면 내사 원을 쳐다 보거나 겨울잠 안자던 배암을 생각한다. 물먹은 바람은 조용히 달무릴 돌아 가고 해바라기 이빠진 가슴 강물처럼 그리 길게 울것다야.

끝간데 없는 수류 따라 밤무지갤 그려 좇아 전설의 식물 여름 동안 물 오른 목줄기가 제 씨앗을 사랑할 추수기에 씨통을 공간에다 흔들어 버린 얼마후. 싸늘한 까치놀로 뻗은 가을가지들 겨우내 바람을 찢어야 물줄기 외로운 우리 영토 휘감아 휘휘 달음치고 다시 봄맞이얼음꽃이 녹을즈음 나무피부속으로 봄여름나무같이 꽃물 오르겠지만 고운 언어로 기별 약속만 전갈한 뒤로 영영 겨우낸가 이야기가 없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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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과수원



김원호



1
[빈센트 반 고호]의 [과수원]을 아시는지요.
도깨비도 무서워할 고목뿐인 올리브 숲이었지요.
불타다 남은 자리보다 더 쓸쓸한 곳이었어요.
어쩌면 내가 이런 숲을 생각하는지
나 자신 올리브숲의 도깨비가 되고 싶은 모양입니다.

2
벌레먹은 가지를 하나씩 따 줄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인것을 잊어버리고
물익은 과일이 달린 과수원의 나무가되고.
나도 가지에 벌레먹은 과수원의 나무라고 생각합니다.
하니, 고목뿐인 이 숲이 도깨비보다 덜 무서워지는군요.

3
똑, 똑, 가지꺽는 소리뿐
이 과수원은 너무도 조용합니다.
혹시 이런 곳에서 몸에 배인 병이나 씻어버리며
도깨비가 될 때까지 살고 싶지는 않으십니까.
산골보다 더 조용한 것이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

4
잔잔하고 푸른 먼 [이오니아] 바다처럼
쓸쓸한 여름날 같은 하늘도 보입니다.
조용한 원색속에서 생활을 하며
향기 푸른 과일밭에서 일을 하시면
어느새 병도 깨끗이 나으실 것입니다.

5
푸른 달밤에 과일이 익을 때
과수원 옆에 초막을 짓고 지내시면
단물 고인 과일나무가 되겠읍니다.
그러나 사람이 보고 싶으실 땐 언제라도 돌아 가시지요.
그래도 우리 이 과수원에서 도깨비가 될 때까지 살고 싶지는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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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아직도 거기서



이삼헌




나는 보고 있었다.
포성이 나르는 고지 사이
너의 청순한 눈동자
봄의 연색 푸르름이
잠긴 눈동자를.

세기의 종언과 함께
지구의 일각이 부서지는
어느지점인가에서
쫓기는 산협 대피호에서
숨소리 숨소리,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네 숨소리를.

타오르고 있었다.
너의 눈동자
우리를 잠깨우는
바람과 같이
영원히 잠들지 못하는
네 눈동자
층계와 교량을 건축하는
네 눈동자

네 고향은
수양이 우거지는 대동강변
외딴 오막집
네 가슴엔
영원의 고향
고향의 늘 켜진 램푸, 램푸곁을
나르는 님푸,

태백산과 소양강을
오르내리며,
너의 가냘픈 나래는
날고 있었다,
무덤속을
태양이 들지 않는 참호속을
램푸를 키어들고,

전쟁은 아직도
우리들 눈을
살피고 있건만
네 청순한 눈동자
타오르고 있었다.
나리는 빗속
흔들리는 나무가지 사이
들려 오는 네 귓속말.

탄피를 줍다
지친 나의 어깨에
잦아지는 네 속삭임.
총구를
풍화시키는
네손은 부드러웁다.
봄과 같이
우리 더불어
네 교량을
건널때
해빙하는 세기의 해협,
구름이 와 계절을 엮는
아름다운
나의 소양강, 그리고 노들강.

장미원은,
뻗어 가고 있었다,
눈동자와 전쟁과
숨결과 밤을 따라서
너는 세계를 향하여
눈뜨고 있다.

타오르고 있다. 타오르고 있다.
네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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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황제와 나



박이도

1
우리 황제의 눈은 원시안
무한한 식민지의 노동을 모아 제국을 세웠다.
스스로 돌아갈 웅대한 왕묘를 준비하며
그는 만족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황제의 눈은 멀었다.
아직 거느리지 못한 대륙을 위하여
병정을 보내고 또 보냈다. 살아있는 한
저 멀고 먼 지평을 넘고, 수평을 넘어
끝없는 정복을 위해 살아 있는 한
그는 잠시도 왕관을 벗을 수가 없었다.
조용한 오수의 비밀을 끝내 모르고
피로한 얼굴에 주름살이 잡혀갔다.
황제의 눈은 원시안
그의 눈은 멀었다.
그의 눈은 멀었다.

2
성밖으로 성밖으로 병정만 내어보내고
그는 잠시도 나설수가 없구나.
가난한 농부의 미소를, 그리고
해마다 자라는 아이들의 노래를 들을 수가 없구나.
무성해가는 수목의 의지를
노을빛 더불어 영글어가는 과실의 풍경을 그는 볼 수가 없구
나.
아 황제여 울고 싶어라 울고싶어라.

우리 황제는 모른다. 성밖의
그 황토와
이슬과
구름과
햇빛으로 생성되는
찬란한 또하나의 영토를
그는 모른다.

파아란 하늘, 그 주변에 팽창하며
푸른 이파리를 거느리고
살랑 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잡아먹고
확장해가는 고요한 영토를
그는 진정 모른다.

그것은 하나의 우주
제삼의 왕령이다.
원시의 숲그대로 이글대는 태양과
서천에빗든 원색의 그 성밖에
무지개를 잇대고 공중에 떠있는
제삼의 왕령.

3
정복이 끝난 어느 대지의 원경은 꿈.
무수한 병정의 목숨은 떠나고
피가 흐르는 꽃물같은 석양의 강위에
떠내려가는 노동이여.
별들이여. 그 전장에서 육신과 헤어진 영혼들이
바람에 밀리고 밀려서 성밖에 왔다.

불어오는 바람속에 숨어오는 넋이여
죽은 병정들이여.
당신들을 하나씩 잡아먹고
팽창해가는 이 크낙한 우주를
황제는 모르는가.

황국과 식민지
그 사이에
하늘과 대지
그 사이에
영원한 제삼의 왕령을
그는 정말 모르는구나.

푸른 잎사귀로 설레이며
지열에 붉히는 얼굴 얼굴들.

많은 생명들이 굽어보는 언덕에서
조용히 생각 하여라.
지금은 없는 그들의
육신은, 핏물은
어디쯤 흘러 갈것인가를.

아 그 성밖의 왕령은
말없이 익혀가는 내부의 밀도를
밖으로 밖으로 쏟으며
구름 사이로 배를 저어갔다.

4
나는 그안에 살고 싶다.
풋풋한 향기에 콧등을 세우고
컹 컹 헛기침하며
그 과수목밑에 앉아
이슬을 마시고 싶다.
오색 무지개도 띄우고 싶다.

텡텡 비어서 출렁대는 내 빗가죽
우리 황제는 모르는가.
황제와 내가
침입할수 없는 지금,
나는 죽어 나는 죽어
다시 그안에 살고 싶구나.

성밖의 제 삼 왕령
그밑에 쓰러져
텡텡 비어 출렁대는 배가죽으로
맹꽁이 울음하는 나를 보아라.

우리 황제는 원시림
눈이 멀었다, 눈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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