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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우산 맨', 우리의 자화상

작성자상운|작성시간21.09.01|조회수94 목록 댓글 0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법무부 '우산 맨', 우리의 자화상

 

이솝 우화

높은 지붕 위에 올라간 새끼 염소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늑대 한 마리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새끼 염소는 늑대가 올라올 수 없는 곳에 있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그를 놀려댔다.

 

늑대는 새끼 염소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 철딱서니 없는 것아. 네가 지금 우쭐거릴 수 있는

건 네가 잘나서가 아니라 네가 서 있는 그 자리

때문이란다.”

 

-- 이솝 ‘늑대와 지붕 위의 새끼 염소’ 중에서--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장면이라 충격이었다.

양복 말끔히 차려입은 법무부 직원이 죄인처럼,

흥건히 젖은 아스팔트에 무릎을 꿇고 차관을 위해

우산을 받쳐 들었다.

 

우리나라 국민이나 탈북자를 위한 자리도 아니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위해 우리 국민이 낸 세금을

쏟아부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잘해 줄 것인지를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야외를 고집했다지만 비가 오면

장소를 옮기는 게 상식이다.

강당이나 처마가 있는 건물 입구, 또는 현관

로비였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서 브리핑을

강행했다.

자신은 TV에 나오지 않으면서 차관에게 우산을

씌워주려던 직원은 주위 사람들 지시에 따라,

차관의 묵인 하에 빗속에서 무릎을 꿇었다.

 

법무부를 대표해서 브리핑을 하는 차관이 얼마나

높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국민 앞에 서는

일이었다.

 

우산을 직접 쓰겠다고 해야 했다.

짧은 시간이니 우산을 쓰지 않겠다고, 다들 빗속에

서 계시는데, 목숨 걸고 탈출한 난민도 있는데

비 좀 맞아도 된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어떤 이유였든 자국민을, 그것도 부하 직원을

노예처럼 무릎 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에서 살았던 노예라고

알려진 이솝, 그가 쓴 수많은 우화 중 하나는

윗자리에서도 겸손하게 ‘아래를 올려다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잠시 높은 자리에 올라 늑대를 깔보는

새끼 염소처럼, 조금만 출세하면 안하무인이 되는

사람이 많다.

 

무릎 꿇은 법무부 ‘우산 맨’의 모습이 권력 앞

우리의 자화상인 것만 같아 민망하고 씁쓸하다.

 

 

 

 

 

김규나 소설가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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