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庭(화정) 선생님이 보내주신 명심보감 구절
며칠 전 和庭 정대옥 선생님께서 직접 입력한 글을 나에게 카톡으로 보내 주셨다.
形不勞측 怠惰易弊하고 心不憂측 荒淫不定이라
「몸이 수고롭지 않으면 게을러서 황폐해 지기 쉽다. 마음에 걱정이 없으면 거칠고 음탕해져서 안정되지 못한다.」
나는 和庭선생님과 수년간 같이 논어 공부를 했다. 선생님은 나와는 달리 한문의 기본 소양이 갖추어 진분이어서 같이 공부를 해도 심도 있게 받아들이는 반면 나는 건둥건둥 건너 뛰어 외형만 익히는 경향이다.
和庭선생님은 己卯생이시다.
그런데도 정정하신데 아쉽게도 향교에 공부하러 나오시지 않으신다. 워낙 사례 깊으신 분이라 아마 집에서 공부하는 것이 마음이 편해서 그러실 런지도 모르겠다.
동연배신 성암 양주호 선생님은 지금도 향교에 나와서 열심히 공부하고 계시는데 진지한 모습을 보면 존경스러우면서도 부럽다.
和庭선생님은 나의 카페 단골손님으로서 글도 자주 탑재하신다.
보내주신 글은 明心寶鑑(명심보감) 正己篇(정기편)에 수록된 글이다.
‘명심’이란 명륜(明倫), 명도(明道)와 같이 마음을 밝게 한다는 뜻이다.
‘보감’은 보물과 같은 거울로서의 교본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명심보감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은 공자, 강태공, 장자, 소강절, 순자, 정명도, 소동파, 주문공 등인데 유가뿐만 아니라 도가의 글도 많이 인용하고 있음이 특징적이다.
내가 어린 시절 우리 집에 한문선생님이 기거 하셨다. 낮에는 山湖亭(산호정)에서 동네 학동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나와 나의 先考(선고)와 선생님이 함께 잠을 잤다.
저녁에 들려 주셨던 역사 이야기는 후에 내가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시절 초등학교를 마치고 진학을 하지 않는 학생들이 주로 서당에서 한문 공부를 했는데 공부하는 책의 순서가 천자문, 동몽선습, 추구, 명심보감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수시로 서당에 들러 놀았기 때문에 비록 글자는 몰라도 추구의 글 구절과 명심보감의 글 구절 대부분이 귀에 익혀있어서 그 뒤 인터넷으로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명심보감 책의 내용은 20여 편으로 편성되었는데 주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조명한 경계의 글이 주를 이룬다.
이를테면
‘착한 자에게는 복이 오고 악한 자에게는 화가 미친다’는 계선편,
‘선행을 해야 모든 일이 순조롭다’는 천명편,
‘생사가 명(命)에 있고 부귀가 하늘에 있다.’는 순명편(順命篇),
‘부모의 은덕과 자식’됨의 도리를 밝힌‘ 효행편,
‘일상생활을 항상 반성하고 홀로 있을 때에 행동을 삼가 할 것과, 일에 성의를 다하며 감정을 통제해서 맑고 청렴하며 담백한 생활을 영위해야 할 것’을 권하는 정기편(正己篇) 등이다.
和庭 정대옥선생님이 보내주신 글은 明心寶鑑(명심보감) 正己篇(정기편)의 20번째 글이다. 철학적인 의미가 깊이 함축된 이 글은 인간의 내면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원문은 이러하다.
景行錄曰 心可逸 形不可不勞 道可樂 心不可不憂 形不勞則怠惰易弊 心不憂則荒淫不定 故 逸生於勞而常休 樂生於憂而無厭 逸樂者憂勞豈可忘乎
「경행록왈 심가일 형불가불로 도가락 심불가불우 형불로즉태타이폐 심불우즉황음부정 고 일생어로이상휴 낙생어우이무염 일락자우로기가망호」
경행록에 이르기를, 속마음은 편히 할 수 있을지언정 겉모습을 수고롭게 하지 않을 수 없으며, 도(道)는 즐길 수 있을지언정 몸을 근심케 하지 않을 수 없느니라. 겉모습을 수고롭게 하지 않으면 게을러져 폐단이 되기 쉽고, 몸을 근심케 하지 않으면 황폐하고 음란해져 (정신이) 안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편안함은 수고로운 가운데 생겨서 늘 휴식이 있는 것이요, 즐거움은 근심하는 가운데 생겨서 염증을 느끼지 않게 되는 것이니, 편안해 하고 즐길 수 있는 자가 근심과 수고로움, 그것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몸과 마음의 관계를 연계하여 살펴보면
첫째, 몸이 편하고 마음이 편한 경우,
둘째, 몸이 편하고 마음이 수고로운 경우
셋째, 마음이 편하고 몸이 수고로운 경우
넷째, 마음이 무겁고 몸도 수고로운 경우
첫 번째의 경우는 황폐하고 음란해져 정신이 안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두 번째의 경우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른 사람이 수행하고 있기에 비록 지금 몸은 편할 지라도 마음만은 마음의 빚으로 부담을 안고 있는 경우인데 이것은 편한 것이 편하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다.
세 번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자신이 수행해야 마음의 편안함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으로서 경행록에서 언급하고 있는 진정한 편안함이다.
네 번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열심히 수행해도 소기의 성과에 이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마음의 편안함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로서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이다.
경향록의 요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하는 것을 몸의 수고로움에 비유했다.
결국 몸이 편하고 마음이 무거운 것 보다는 몸이 수고롭고 마음이 편안한 것이 가치 있는 일임을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흔히들 몸과 마음이 편한 것이 제일 좋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몸이 편하고 마음도 편하면 황망한 잡생각이 엄습해 오게 되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몸이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 지는 것을 실증적으로 느낀다. 그러나 마음은 단련하고 공부를 함으로써 여전히 자라거나 서서히 기울어지게 할 수 있다.
유학은 삼강오륜을 기반으로 하는데 특히 가족을 중시하고 있다. 명심보감 내용구성도 가족 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구절이 많다.
명심보감을 읽어 보면 부모 된 입장이 무엇이며 자식의 도리가 무엇인지를 깨우쳐 주고, 또 잘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일깨워준다.
마음을 다스리는 데는 이만한 고전도 없다.
시대는 변해도 마음의 근본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음을 각성시켜주는 좋은 글이 명심보감이다.